호남 메가프로젝트 노조가 못 막는다…정부 “투자 결정은 쟁의 대상 밖”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9.03 14:00  수정 2026.09.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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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 발표

관련 이미지. ⓒ데일리안 AI 생성 이미지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반대와 현대자동차 노조의 AI 로봇 도입 반대 등 기업의 경영 판단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투자·신기술 도입 자체를 의무교섭이나 쟁의 수단으로 관철하는 데 사실상 제동을 건다.


고용노동부는 3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상 노동쟁의 대상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2월 내놓은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토대로 공장 신설·이전과 기업 매각·인수, AI 등 신기술 도입, 경영성과급을 둘러싼 노동쟁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했다.


이번 지침은 최근 산업 현장에서 불거진 쟁점을 직접 겨냥한다. 삼성전자 노조는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에 반대 목소리를 냈고, 현대차 노조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현장 도입에 반발해 왔다.


주요 기업 노조에서는 영업이익 등 기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N% 성과급’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호남 투자·아틀라스 도입 자체는 경영 판단…고용 변화는 교섭


정부는 공장 신설과 해외투자, 생산기지 이전 등 투자 결정 자체의 철회·반대 요구를 의무적 교섭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 공장 부지와 규모, 이전지역, 시기를 결정하는 것 역시 기업의 경영상 판단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자체를 철회하거나 이전지역을 바꾸라는 요구를 노조가 법적으로 보호되는 쟁의 수단으로 관철하기는 어려워진다. 사업 발표나 공시만 있거나 향후 근로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는 의무교섭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공장 신설과 해외투자, 생산기지 이전을 철회하거나 반대하라는 요구는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다”며 “배치전환과 근무형태 변경, 근무지 이전에 따른 지원은 인력운영계획이 구체화되면 교섭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공장 이전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계획이 수립 중이거나 결정된 사실이 확인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설 공장으로의 배치전환과 근무형태 변경, 통근·이주 지원 등 실제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안은 교섭할 수 있다.


AI와 자동화 설비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AI 로봇을 비롯한 신기술을 도입하는 결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의 아틀라스 도입 반대 주장에도 정부가 경영 판단과 노동조건 교섭 사이의 경계선을 제시한 셈이다.


다만 신기술 도입으로 직무가 바뀌거나 인력이 줄어드는 계획이 구체화되면 배치전환, 고용안정대책, 근무시간 조정, 안전보건 대책 등은 교섭 대상이 된다.


권 차관은 “AI 도입 자체를 노조와 대화하지 말라는 취지가 아니다”며 “기술 도입으로 직무가 없어지거나 인력조정이 발생한다면 그 부분은 교섭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업이익 N% 달라”도 쟁의 대상 밖…노동위 행정지도


기업이익과 일정 비율로 연동하는 경영성과급 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정부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연구개발(R&D), 설비투자, 배당 등에 쓰이는 재원인 만큼 이를 일정 비율로 떼어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는 기업의 영업의 자유와 주주 등 제3자의 권익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의 10%, 20%처럼 기업이익에 직접 연동한 성과급을 요구하는 방식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할 수 있지만 노동조합법이 강제하는 의무교섭이나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는 보기 어렵다.


반면 연봉이나 기본급의 일정 비율, 정액 성과급을 요구하거나 지급 기준·시기·대상을 협상하는 것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미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은 그대로 유효하다. 권 차관은 “임의적 교섭 사항이라도 노사가 합의했다면 그 합의는 존중된다”라며 “이번 지침이 기존 단체협약을 무효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노조가 경영상 결정 자체나 기업이익 일정 비율 배분을 끝까지 요구하면 노동위원회는 합리적인 요구안으로 변경하도록 권고한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 부분은 노동쟁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정지도 대상이 된다.


이를 주된 목적으로 파업할 경우 쟁의행위 정당성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판단한다. 사용자가 해당 요구에 대한 교섭을 거부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노사 간 자율적인 교섭은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하겠다”며 “헌법상 노동3권을 확고히 보장하면서도 기업의 영업의 자유를 존중하는 균형 있는 입장을 견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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