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사퇴·탄핵' 밀어붙이는 민주당…사법장악 재시동 거는 이유는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6.08.24 06:00  수정 2026.08.24 06:00

대법관 서면 제청 논란에 與, '조희대 때리기' 집중

김민석 "조희대씨" 발언…법사위는 '曺 증인 채택'

당청일치·강성당원 달래기 셈법 깔려있단 분석도

당내도 '탄핵 카드'엔 우려…김민석 부담감은 상승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5년 11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들으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서면 제청을 고리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사퇴와 탄핵이라는 강력한 칼날을 겨누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임명권자인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협의 없이 후보를 일방적으로 제청했다는 이유에서다. 당 안팎에선 당청일치 기조와 강성 당원을 달래기 위한 압박 카드로 보고 있지만, 역풍 우려 탓에 실제 탄핵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대통령과 맞물린 조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는 김민석 대표에게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3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어 "지금의 조희대 대법원장은 품격을 스스로 내던진 채 말 그대로 '희대의 대법원장'으로 전락했다"며 "즉각 대법원장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같은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기 전 이 대통령과 협의하는 관례를 깼다는 이유에서다. 대법관 구성에 대한 헌법 조문이 현재처럼 개정된 1987년 이래 39년 동안 대법원장과 대통령은 관례상 신임 대법관 구성에 있어 합의를 이뤄온 바 있다.


민주당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원하는 인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 대법원장이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후보를 제청해 임명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임명권을 존중한다면 대통령이 원하는 인물로 제청이 이뤄져야 하는 것인데, 조 대법원장 식의 해석이라면 임명권을 압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조 대법원장을 향한 민주당의 사퇴 및 탄핵 목소리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당시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졸속'으로 보고 사퇴를 요구해온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엔 대법원 청사를 방문해 현장 검증을 강행하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조 대법원장을 향한 사퇴 요구는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동안 터져나왔다. 김민석 대표가 당대표 후보 시절인 지난달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제청을 미루고 있는 점을 이유로 "검찰개혁 다음은 사법개혁이다. (조 대법원장이) 탄핵을 피할 수 있겠나"라고 적으면서다. 송영길 대표 후보도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목소리는 전당대회 직후 더 커졌다. 지난 18일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각각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면서다.


문제는 청와대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의 후보 중 김민기 판사를 후임 대법관으로 원했지만 조 대법원장과 의견 합일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 대법원장은 김 판사의 남편이 이 대통령이 임명한 오영준 헌법재판관인 만큼 '재판 공정성'에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대표는 지난 19일 부산시당에서 열린 첫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의 행태는 유리창 깬 다음 퇴학시켜 달라고, 공부 안 하겠다고 구걸하는 불량 학생의 태도"라며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 조희대씨는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조 대법원장을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지난 21일 전체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오는 31일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건의 의결을 강행하기도 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달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접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및 탄핵 압박을 강화하는 이유에는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당원 결집이란 정치적 셈법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대법관마저 자신의 입맛대로 임명하려 한다면 그날로 법치주의는 끝이다"라며 "그것이 대통령 자신의 죄를 무죄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그게 바로 독재"라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격화된 당원 간의 갈등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를 펼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김 대표가 강력한 주장을 꺼내는 것을 두고 타협적인 이미지를 탈피함과 동시에 당내 강성 당원을 끌어안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이란 해석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실제로 조 대법원장의 탄핵 카드를 사용할지 여부에는 의견이 엇갈려 나타난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의 국민 반발이 여전한 상황에서 사법개혁을 기치로 조 대법원장의 탄핵까지 나서기엔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서다. 실제로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헌재에서 기각될 경우 정치적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청와대에서는 대법원장한테 책임을 덮어 씌우려고 하는데 위헌 여부를 따졌을 때 민주당도 헌재가 탄핵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며 "조희대를 압박하는 효과밖에 없는데 탄핵 카드를 계속 들고 나오는 건 강성 당원들을 진정시키려는 계산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진짜로 탄핵이 될만한 건이라고 봤으면 벌써 당에서 작업을 시작했을 것"이라며 "여러 측면에서 탄핵으로 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큰 상황인 만큼 일단은 사퇴 요구를 하는 여론전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당 안팎에선 새 지도부를 이끌게 된 김 대표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8·17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청일치'를 내걸고 나온 김 대표가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이미지가 비쳐질 경우 친청(친정청래)계 등 반대파의 공세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또 당내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탄핵 카드를 무리하게 밀어붙일 경우 하락세인 지지율 반전과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민주당 한 관계자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굳이 밀어 붙일 이유가 없다"며 "내년에 선거도 있는데 우리가 어려운 상황을 굳이 만들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비판했다.


엄 소장은 "전대가 끝났는데도 대통령 지지율이나 당 지지율이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강행하면 국민의힘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김 대표가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도 애매하고, 안 해주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냥 공포 분위기만 만들게 되면 당원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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