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대신 유튜브…'아임 유어 맨' 공개, 창작자의 저항인가 무단 공개인가 [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7.19 10:13  수정 2026.07.19 10:14

"창작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선택"

극장 개봉을 준비하던 장편영화가 감독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그것도 완성본이 아닌 가편집본이다. 국내 영화계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신재호 감독은 최근 자신이 연출한 영화 '아임 유어 맨'의 가편집본을 유튜브에 전편 공개했다. 단순한 홍보나 이벤트가 아니라 제작사와 연출 크레딧, 작품 권리를 둘러싼 분쟁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영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임 유어 맨' 캡쳐 ⓒ영화감독 신재호

이는 감독과 제작사의 갈등을 넘어, 영화가 완성된 이후에도 계약과 권리 문제에 따라 작품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창작자의 권리와 제작사의 권한이 어디까지 인정돼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신 감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작품이 끝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감독으로서 작품에 쏟았던 열정과 고민, 진심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제작사와 연출 크레딧 및 작품 권리를 둘러싼 분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촬영과 후반작업을 마친 뒤 작품에서 하차했고, 이후 제작사가 자신의 연출 크레딧과 작품에 대한 권리, 지분까지 삭제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감독으로서의 연출 저작권과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연출한 가편집본을 공개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공개된 영상이 극장 개봉용 최종본이 아니라 가편집본이라는 점이다. 공개된 영상에는 'KOFIC 지원 심사용'이라는 워터마크까지 박혀 있다. 일반적으로 가편집본은 색보정, 음향 믹싱, 시각효과, 최종 편집 등 후반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제작 과정의 결과물이다.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버전이 아니라 내부 검토와 수정, 투자 및 배급 논의를 위해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독이 스스로 가편집본을 일반 대중에게 전면 공개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매우 드물다.


감독 입장에서는 이번 공개를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영화는 수년간의 시간과 노동, 창작이 축적된 결과물인 만큼 자신의 이름과 연출 자체가 삭제될 가능성이 있다면 작품을 세상에 남기고 싶다는 심정 역시 이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독립영화는 감독 개인의 창작 비중이 큰 만큼 연출자의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영화감독은 저작권법상 영화저작물의 공동저작자로 인정될 수 있지만, 영화 제작과 이용에 관한 권리는 계약 내용에 따라 제작사에 귀속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제작사 입장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된다. 영화 제작에는 감독뿐 아니라 투자사와 제작사, 배우, 스태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 아직 정식 개봉하지 않은 영화를 감독이 독자적으로 무료 공개할 경우 향후 극장 개봉이나 OTT, IPTV, 해외 판매 등 유통 전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제작사가 해당 작품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면 계약 위반이나 손해배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공개된 영상이 최종본이 아닌 가편집본이라는 점 역시 작품의 완성도와 상품성에 대한 관객의 첫인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요소다.


실제로 영화 산업은 창작 산업인 동시에 자본이 투입되는 콘텐츠 산업이다. 작품이 완성된 뒤에도 편집 방향과 최종본 승인, 크레딧 표기, 해외 판매, 배급 일정 등을 둘러싼 갈등은 꾸준히 발생해왔다. 다만 대부분은 협상이나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됐고, 감독이 직접 분쟁 중인 장편영화를 무료 플랫폼에 공개한 사례는 드물다.


영화계의 시선도 엇갈린다. 감독의 창작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분쟁 중인 작품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은 또 다른 권리 침해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유튜브 공개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작품이 권리 분쟁 중이라는 점"이라며 "최종 권리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가 이뤄질 경우 계약과 배급, 투자 회수 등 여러 문제가 함께 얽힐 수 있다"고 말했다.


'아임 유어 맨'의 유튜브 공개는 단순히 공개 방식의 이례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감독은 창작권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했고, 제작사 역시 작품과 계약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창작자의 권리와 제작사의 권한이 충돌할 때 그 경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또 분쟁 중인 작품을 공개하는 방식이 정당한 권리 행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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