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김민석·정청래 "결정 존중" 하지만
친청계 "번갯불 개정 안 된다" 강한 제동
전문가들 "선호투표, 단일화 효과 가능"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호투표제' 도입을 둘러싼 당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후보 등록 직전까지 경선 룰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당헌·당규 위반 소지를 둘러싼 절차적 공방이 치열하지만, 이면에는 선두 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 측과 친이재명계 간의 '표 분산 및 단일화 효과'를 노린 치열한 정치적 셈법과 유불리가 정면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선호투표제 안건을 의결했음에도 최고위 내부에서 극심한 이견이 분출하며 후보 등록(15~16일)이 임박한 시점까지 전대 룰조차 확정하지 못하는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정청래 전 대표를 비롯해 송영길 의원, 김민석 전 국무총리, 고민정 의원, 김보미 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 등 당권 주자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당의 룰에 따르겠다"며 겉으로는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지만, 최고위 내부에서는 당헌·당규 위반 가능성을 둘러싼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절차적 명분 논란의 이면에는 전당대회 판세와 후보별 정치적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왜 선호투표를 두고 이처럼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12일 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준위가 의결한 선호투표안을 놓고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이들은 당헌·당규 위반 소지와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선호투표 도입에 강하게 맞섰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유불리를 떠나 당헌·당규는 지켜야 한다"(이성윤 최고위원), "중대한 사안을 당원 의견도 듣지 않고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문정복 최고위원), "선호투표를 왜 해야 하는지 이유부터 밝혀야 한다"(박규환 최고위원), "번갯불에 콩 볶듯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박지원 최고위원)며 선호투표 도입에 제동을 걸었다.
정치권에서는 친청계가 이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를 단순히 절차적 정당성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현재 당내에서는 정 전 대표가 높은 인지도와 강성 당원층을 바탕으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다자 구도 속에서 1차 투표만으로 과반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함께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선호투표제는 투표 결과의 선두를 바꿀 수 있는 핵심 정무적 변수로 부상한다. 기존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1·2위 후보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2차 투표를 치르는 방식이다.
반면 선호투표제는 1회 투표 시 유권자가 1·2·3순위 후보를 모두 명기하고, 과반자가 없으면 최하위 후보의 표를 2순위 후보에게 재배분해 최종 과반 득표자를 가려낸다. 이 제도가 적용될 경우, 정 전 대표가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더라도 과반에 미달하면 하위권으로 탈락한 다른 후보들의 2순위 표가 이탈·이동하게 된다.
비(非)정청래 성향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이 2순위 표 집계를 통해 한쪽으로 결집하면서 후보 간 인위적인 단일화 없이도 제도가 알아서 '단일화 효과'를 만들어내 선두가 뒤집히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러한 정치적 파급력에 대해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이번 전당대회 구도는 사실상 '정청래냐, 아니냐'의 싸움 양상"이라며 "친청계 입장에서는 1차 투표에서 선두를 달리더라도 선호투표 합산 과정에서 2순위 표가 모이면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타 후보 진영의 셈법을 설명했다. 그는 "친명(친이재명) 측은 결선투표라는 변수를 줄이고 선호투표를 통해 한 번에 선거를 끝내려는 측면이 있다"며 "선호투표는 교차투표와 표 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결선 효과를 낼 수 있는 반면, 친청계는 2차 결선투표를 통해 한 번 더 승부할 기회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고 짚었다.
다만 친청계의 반발을 단지 유불리에 따른 몽니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당헌 제25조와 당규 제66조의 조문 체계상 명확한 규정 없이 추진될 경우 발생할 소송 우려와 당선 무효 가능성은 현실적인 명분이다.
정 전 대표 역시 이날 오전 당대표 출마 선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에 위배된 상태에서 전대를 치르는 것은 소송이나 당선 무효 위험이 있어 너무 위험하다"며 "당헌·당규상 문제가 해소된다면 어떤 결정이든 따르겠다"고 밝혔다. 유불리를 떠나 법적 위험 요소를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명분을 함께 내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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