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막론 '보완수사권 폐지' 우려 확산…靑 "당에서 알아서 할 문제" 거리두기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6.07.14 05:00  수정 2026.07.14 06:30

'장윤기 사건' 계기 與 내부서 커지는 '일부 존치론'

홍기원, '존치 법안' 별도 발의…여성계도 반발

靑 "김 전 총리가 지난달 밝힌 내용이 우리 입장"

정치권 일각 "대통령이 국론 분열 매듭 지을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6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정부, 법원, 시민사회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윤기 사건'으로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당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에서 알아서 하는 것으로 가르마가 타진 문제"라고 밝혔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에 밝힌 내용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다.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포함해서 국회에서 잘 논의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정부에서 논의하고 청취한 다양한 의견을 감안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기본 입장을 당에 전달하고, 이후에는 정부가 별도의 입법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국회의 논의와 결정을 존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예외적 경우에 한해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이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언급을 삼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공소시효가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송치가 됐다면 보완수사가 전면 금지될 경우 사건이 경찰과 검찰을 오가는 데에만 남은 시간이 끝나버린다"며 "아주 예외적인 경우 안전 장치를 만드는 것이 국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개혁이기도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남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에 따른 형사소송법 개정에 대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지도부와 강경파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오는 8월 17일 전당대회 전 처리를 하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전 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 등 주요 당권 주자들도 전당대회 핵심 유권자인 강성 지지층을 겨냥해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선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홍기원 의원은 보이스피싱 등 민생 침해 범죄나 성폭력·스토킹범죄, 장애인·노인 학대 등 사회적 약자를 타깃으로 한 범죄 등에 대해선 검찰의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14일 중으로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홍 의원은 13일 동료 의원들에게 '일부 범죄에 한해 보완수사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내용의 친전을 보내 법안 발의에 공동으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노동자회·장애여성공감·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등 6개 여성단체는 이날 김남희·김동아 민주당 의원, 손솔 진보당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소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전날 검찰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 정책적 결정 사항이지만, 부작용을 막기 위한 보완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헌법 전문가인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어떤 형태로든지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당권 주자인 고민정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정견발표에서 성범죄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사건에 한해 예외적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도 지난 11일 경찰의 수사권 남용 우려를 전하며 "당 지도부에 간곡히 부탁한다.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 법률에 대해서는 당론으로 정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밖에 이소영·모경종 의원 등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내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민주당은 오는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끝장 토론 형식으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비롯한 주요 법안을 상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경찰 수사에 부족한 점이 발견돼 추가 수사가 필요할 때 '검사가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개혁신당 산하 개혁연구원이 지난 11일 100% 무선 RDD 방식의 ARS 자동응답 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찰 수사에서 부족한 점이 발견돼 추가 수사가 필요한 경우 '검사가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응답이 65.5%였다. '경찰이 다시 수사해야 한다'는 26.5%였다. 해당 조사는 선거여론조사가 아닌 사회 현안 조사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신고 대상이 아니다. 다만 표집과 가중치, 오차범위 산정 등은 일반 정치 여론조사 기준에 준해 설계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두고 여야 정치권은 물론 사법부와 시민사회까지 전방위적으로 충돌하며 국민들의 수사 공백 우려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이 대통령이 소모적인 국론 분열을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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