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출범 이후 대법원장 지명 현직 대법관 위원장 관행 이어져
법조계 "위원장 상근화, 헌법 개정 사항 아냐…'호선 체제' 선출 방식만 규정"
"상근 의무 및 겸직금지 독립된 위치 재설계 필요…비상근, 내부통제 안 돼"
"헌법 개정 아닌 선관위법 개정 추진 가능 사안…제도적 실현 가능성 충분"
6·3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1963년 중앙선관위 출범 이후 63년간 유지돼 온 '위원장 비상근 체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선관위원장 상근화는 선관위법 개정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제도적 실현 가능성은 충분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헌법 제114조는 중앙선관위를 대통령 임명 3명, 국회 선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등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중앙선관위 출범 이후 대법원장이 지명한 현직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이 같은 구조는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선거 관리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법부 소속 법관이 선거 관리 기구를 이끌 경우 행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비상근 체제의 한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법관이 본업인 재판 업무와 선관위원장직을 겸임하는 구조에서는 상설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조직 장악력과 내부 통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앙선관위는 2022년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과 채용 비리 의혹 등을 거치며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민들이 7일째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법조계에서는 선관위원장 상근화 자체는 헌법 개정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 대체로 의견이 모인다. 헌법은 위원장의 '호선 체제' 선출 방식만 규정하고 있을 뿐 상근·비상근 여부는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선관위법은 위원장을 사실상 비상임 명예직으로 운영하고 상임위원 1명만 상근하도록 규정하는 만큼 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상근 선관위원장 체제가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통령 또는 국회가 추천한 인사가 위원장을 맡을 경우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직 대법관 대신 정치적 중립성이 검증된 전직 대법관을 상근 선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절충안도 거론된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정치적 중립,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성 이슈가 계속 지적되고 있으므로 선관위 위원장을 상근 의무, 겸직금지, 신분보장 등이 되는 독립된 위치로 재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현 선관위원장도 비상근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고, 위원장이 상근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선관위를 통제하지 못하고 사무처에 권한이 집중되어 여러 부패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 과정을 봐도 정상적인 토론이나 숙고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원장이 비상근이라 내부통제가 안 되고 책임 귀속이 약화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의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선관위원장 상근화는 헌법 개정이 아닌 선관위법 개정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제도적 실현 가능성은 충분한 편"이라며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관위 개혁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과거보다 논의 동력은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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