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이란산 미사일에 피격"…정부 초치에도 이란대사 '전면 부인'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5.27 20:03  수정 2026.05.27 21:22

외교부 "엔진·탄두·기체색 이란산 누르 미사일과 유사"

이란대사 "미국·이스라엘 기만…가짜깃발 작전 경계해야"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HMM 나무호 호르무즈해협 피격 사건과 관련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로 초치된 뒤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한국 국적 선박 'HMM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가 이란산 '누르' 계열의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에 외교부는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으나, 이란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미국 등의 '기만 작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술분석 결과 나무호를 공격한 비행체는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거된 비행체 잔해의 엔진은 이란산 터보제트 엔진과 유사하며 일부 부품에서는 이란 제조사의 각인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확인됐다. 다소 온전한 형태로 발견된 불발 탄두 역시 이란의 대함미사일인 '누르' 또는 '카데르'의 탄두 형상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기체 잔해물이 하늘색으로 도색된 점이 이란산 누르 계열의 고유 도장 색상과 일치하며, 전자기판 잔해물이 약 20~30년 전 생산된 구형이라는 점도 누르 미사일의 특징과 부합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박 차관은 "나무호는 총 2번의 미상 비행체 공격을 받았으며 첫 번째 탄두는 불폭(미기폭), 두 번째 탄두는 기폭됐다"고 설명했다. 공격 주체를 이란 정부나 군으로 직접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박 차관은 "여러 증거가 이란을 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외교부가 공개한 HMM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의 제조사 카탈로그 엔진 원형. 외교부 제공

앞서 나무호는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던 중 미상의 비행체 2기로부터 약 1분 간격으로 두 차례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선체 좌측 선미 외판이 폭 약 5m, 내부 깊이 약 7m까지 크게 훼손됐다. 정부는 지난 13~15일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국방 계열 전문가들을 현지에 파견해 잔해를 조사한 뒤, 엔진 등을 국내로 이송해 정밀 추가 분석을 진행해왔다.


정부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날 저녁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강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포함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쿠제치 대사는 면담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란의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약 40분간 박 차관과 면담한 쿠제치 대사는 "이란에서는 이 문제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절대 개입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통역을 통해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 선박이 피해를 입은 데 대해 유감을 표하고 싶다"면서도,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는지나 이란 정부 차원의 사과 의향이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적대국들의 가짜깃발(False flag·위장) 작전을 경계해야 한다"며 비껴갔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긴장 상황에 대해서도 "해적 행위 같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의 긴장은 미국과 이스라엘 시온주의 정권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쿠제치 대사는 과거 미국이 이란 미나브 지역의 초등학교를 폭격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의 기만적 작전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 이번 사건의 배후로 사실상 미국을 지목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쿠제치 대사는 "중동 지역 긴장의 근본 원인은 미국 정권의 침략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의 안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HMM 나무호 선체 하단에서 확인된 폭 5m·깊이 7m 파공.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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