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때 몇 명 돌리나"…삼성 vs 노조, '필수인력' 해석 충돌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5.18 17:06  수정 2026.05.18 17:35

법원 "평상시와 동일한 인력·가동시간 유지" 명시

이를 두고 노조는 "주말 수준 인력 유지" 주장

사측 "노조, 법원 판단 호도... 가처분 결정 위반"

지난 4월 23일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파업 결의대회 현장.ⓒ데일리안DB

삼성전자와 노조가 법원의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결정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노조는 "주말·휴일 수준 인력 유지면 된다"는 해석을 내놨고, 삼성전자는 "노조가 법원 결정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공개 반박에 나섰다. 반도체 생산라인 특성상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 유지 범위가 총파업 실효성과 직결되는 만큼, 업계는 해당 사안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이날 삼성전자가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노조 측이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이 "평상시(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 유지·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안전보호시설로 인정한 시설은 방재시설, 배기·배수시설, 화학물질 공급시설, 전력공급시설, 관제시설 등이다. 보안작업 역시 작업시설 손상 방지와 웨이퍼 변질 방지 등 반도체 생산라인 핵심 공정 유지 업무가 포함됐다.


논란은 '평상시'라는 표현 해석에서 시작됐다. 초기업노조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마중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법원이 채무자 측이 주장한 주말 또는 연휴 인력 수준을 인용한 취지"라고 주장했다. 노조 역시 "주말 또는 연휴 인력도 평상시 인력에 해당한다고 재판부가 판단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회사는 사내 공지를 통해 "법원은 '평상시'란 '평상시의 평일 또는 평상시의 주말·휴일'을 의미한다고 결정문에 명확히 적시했다"며 "평일은 평일 수준, 주말·휴일은 해당 수준의 인력을 유지하라는 의미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은 노조 측 해석에 대해 "명백히 법원 결정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회사는 또 "노조 측 해석을 따를 경우 가처분 결정 위반 및 간접강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가 공개한 법원 결정문에는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에 대해 "평상시와 동일한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재판부는 안전보호시설 및 보안작업의 범위와 정상적 유지 의미에 대한 노조 측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해석 충돌의 핵심을 '총파업 실효성' 문제로 보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멈춤 없이 운영되는 장치 산업 특성상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 유지 범위가 넓을수록 실제 파업 영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웨이퍼와 화학물질, 전력·배기 시스템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을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안전사고 가능성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 역시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원 결정문을 두고 노조는 최소 인력 수준만 유지하면 된다는 방향으로 해석했지만, 결정문 전체 취지를 보면 법원은 사실상 기존 운영 수준 유지를 요구한 것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처분 결정에 반도체 생산라인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사법부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추후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근거해 쟁의행위 기간에도 정상 출근이 필요한 부서 임직원들에게 별도 안내할 예정"이라며 "임직원 안전 확보와 생산 현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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