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플라자] 여당의 오만과 야당의 무능, 누가 더 못하느냐의 게임

정상환 한경국립대 객원교수 (desk@dailian.co.kr)

입력 2026.05.14 07:00  수정 2026.05.14 11:21

배분 대상으로 바라보는 순간

시장은 성장보다 개입 읽는다

'공소취소 특검' 또한 마찬가지

법치 보완 아닌 권력 자기 방어

김용범 정책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제8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정치는 잘하는 세력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누가 계속 못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때가 더 많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때때로 불안하다. 유능해서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더 실망스러워서 권력을 쥐는 경우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반사이익으로 얻은 권력을 실력으로 오해하는 순간이다. 그 착각은 곧 오만이 되고, 오만은 견제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든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AI 초과이윤 국민배당금' 논란은 그 위험한 착각의 단면처럼 보였다.


'국민배당'이라는 말은 달콤하다. 그러나 기업의 초과이익을 국가가 먼저 배분 대상으로 바라보는 순간, 시장은 성장보다 개입을 읽는다. 정책실장의 한 줄이 코스피를 흔든 이유다.


대통령실은 뒤늦게 "개인 의견"이라 선을 그었고 민주당도 어떤 논의도 없었다 했다. 그러나 정책실장의 말은 개인 SNS 수준으로 소비되지 않고 더욱 증폭됐다.


이에 하루가 지나 이 대통령은 직접 SNS에 '김실장의 언급은 초과세수 배당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지, 초과이윤을 국민배당 한다는 것은 일부 언론의 음해성 가짜뉴스라'고 직접 반박했다. 참모를 위한 그 자상함(?)은 이례적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설 만큼 사안은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최고권력이 직접 해명해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책 혼선의 무게를 보여준다.


국민 몫과 배당이라는 말은 달콤하다.


그러나 정치가 분배의 언어를 앞세울수록 시장은 성장보다 개입을 경계한다. 사실 나누어 준다는 것은 국민을 솔깃하게 만드는 정치의 언어다. 그러나 시장은 다르게 듣는다.


말한 자의 설명부족인지, 듣는 자의 문해력부족인지, 전달 자의 음해인지 규명이 되겠냐만, 정책실장의 SNS 글에 시장 변동성이 커졌고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도 확산됐다. 정책당국자의 신중함은 아쉬웠다는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


5년 단임 권력의 조급증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공소취소 특검'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사법 정의는 권력의 편의가 아니라 원칙 위에 서야 한다. 그런데 자신들에게 불편한 수사와 재판의 구조를특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설계하려 한다는 의심이 현실화된다면,그것은 법치의 보완이 아니라 권력의 자기 방어로 읽힐 수 있다.


정권 초반 가장 위험한 것은 무능이 아니다. 오만이다.


우리만이 길이요 정의라 여기는 순간, 이 확신이 강해질수록 비판은 저항으로, 견제는 방해로, 야당은 불필요한 존재처럼 취급되기 쉽다.


브레이크 없는 권력은 처음엔 시원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멈출 수 있느냐다.


지방권력과 보궐선거 결과는 바로 그 브레이크의 존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집권 세력에 대한 견제는 정권 발목 잡기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권력에 상기시키는 민주주의의 최소 안전장치다.


권력의 오만은 대개 야당의 무능에서 비롯된다.


국민의힘이 야당이라하여 자동으로 대안이 되는 게 아니다. 야당 역시 착각하면 안 된다. 여당의 오만이 곧 자신의 실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실책에 기대어 반사이익만 노리고, 내부 분열과 계파 갈등, 모호한 노선 속에서 '저쪽보다 덜 위험하다'는 수준에 머문다면 그 역시 무능한 정치세력일 뿐이다.


국민의힘이 진정 선택받으려면 어떤 국가 운영, 어떤 경제 철학, 어떤 견제 능력을 보여줄지 증명해야 한다. 못하는 여당은 위험하다. 그러나 더 못하는 야당은 그 위험을 구조화한다.


결국 정치 발전은 "누가 더 못하느냐"의 게임에서 벗어날 때 가능하다.


여당은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워야 하고, 야당은 상대 실수에 기대는 정치로는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유권자 역시 단순한 분노나 진영 충성만으로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선거가 '선택지 없는 추인'이 되서는 안 된다.


선거는 국민이 권력을 만드는 동시에 권력을 긴장시키는 시간이다.


이번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의 진짜 의미는 누가 이기느냐만이 아니다.


집권 세력의 오만을 견제할 것인가, 야당의 무능을 경고할 것인가,


그리고 한국 정치가 '덜 못한 선택'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의 시험대다.


글/ 정상환(한경국립대 객원교수)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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