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익은 제품 외주화…고부가 내재화 유지
관세·지정학 리스크 속 수익성 방어 전략 본격화
애플·소니와 같은 길…자산 경량화 흐름 올라탄 삼성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026년형 TV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가전 사업을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군은 외주로 돌리고, 고부가 제품은 직접 생산을 유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글로벌 경쟁 심화와 관세, 지정학 리스크가 겹치면서 가전사업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흐름으로 읽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 사업을 재편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핵심은 수익성이 낮은 생산·판매 조직을 통폐합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과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글로벌 전역에 생산·판매 거점을 넓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익성 중심으로 조직과 공급망을 재배치하는 방향으로 전략 전환에 나선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편을 두고 삼성이 '덩치 키우기'라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과감히 폐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고, AI 가전이라는 새로운 고부가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변화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먼저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부가가치가 높은 가전은 자체 생산 기조를 유지하고,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1989년 설립된 말레이시아 가전 공장은 폐쇄하기로 했다. 대신 베트남을 핵심 제조 거점으로 삼고 생산 능력과 인력을 한 데 모아 효율성 제고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과 북미에서도 재편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슬로바키아 갈란타 TV 공장을 가동 24년 만에 폐쇄하기로 하고 단계적인 인력 감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북미 사업을 담당하는 미국법인(SEA) 역시 조직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가전 산업은 글로벌 경쟁 심화, 관세 및 지정학적 리스크로 수익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전반의 선택과 집중을 추진 중”이라며 “경쟁력을 보유한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공급망 재편은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애플과 소니 등은 이미 생산을 외부로 분산하고 핵심 기술과 수익원에 자원을 집중하는 '자산 경량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 축을 중국에서 인도와 베트남으로 옮기며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고, 소니는 저가형 TV 생산을 위탁 업체에 넘기는 대신 콘텐츠와 플랫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왔다.
결국 삼성전자의 이번 변화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선다. 제조와 시장을 분리해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려는 전략적 재편이다. 관세와 지정학 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평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