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 격동…尹 지지율 의미심장
이재명·이낙연 상대로 20% 중반 기록
텃밭 흔들린 민주당, 민심 달래기 비상
국민의힘 '서진정책' 강조하며 예의주시
차기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호남에서 박빙인 것으로 나오며 정치권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16일 전국 유권자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윤 총장은 광주·전라 지역에서 26.7%의 지지를 받아 오차범위 내에서 이 지사(24.5%)를 앞섰고 이낙연 전 대표(11.5%)도 따돌렸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놀라운 결과"라고 표현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4~5일 전국 유권자 1,016명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대선 가상 양자대결 결과에서도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호남에서 윤 전 총장은 이 지사를 상대로 23.5%의 지지율을 얻었고, 이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도 각각 24.4%와 25.2%의 지지율을 보였다. 상대가 누구라도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20% 중반의 득표력을 보여준 셈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과 윤 전 총장에 대한 호감도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역별 대선후보 지지율은 표본이 적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착시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호남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전과 비교해 하락한 것은 사실이고 윤 전 총장을 거론하는 이가 늘었다"고 했다.
김경진 전 국민의당 의원은 7일 시사저널 TV에 출연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기점으로 현 정부에 등을 돌린 호남 민심이 상당하다"며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호남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뒤집어쓰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지되기 시작했고, 이제 우리도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기류가 생겨난 것"이라고 전했다.
송영길 대표 등 민주당 새 지도부가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행을 택한 것도 호남 민심 달래기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5·18 민주묘지 참배를 마치고 현장 최고위원회를 개최한 대표는 "항상 광주는 민주당과 대한민국 민주화 정신의 뿌리였다"며 "광주의 정신을 잘 받들어서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고 4기 민주 정부 수립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잠행을 깨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이낙연 전 대표 역시 호남을 첫 장소로 선택하고 달래기에 나섰다. 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신복지 광주 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한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아픈 손가락 두 개는 청년과 지방"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다하지 못한 것을 새롭게 해야 할 책임이 제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호남지역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권한대행이 지난 7일 광주·전남을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대행은 전남도당 이전 개소식에서 "호남이 없으면 국민의힘도 없다", "핵호남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호남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호남지역 국민의힘 관계자는 "양자대결에선 상대방의 한 표를 빼앗아 오는 것은 두 표의 가치가 있다. 호남지역에서 국민의힘이 20%의 지지율만 가져와도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며 "국민의힘의 서진정책이 그간 꾸준하지 못했는데, 당력을 기울여 호남의 민심을 담아낼 그릇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