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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TV조선, ‘미스트롯’ 표절 소송이 갖는 의미


입력 2021.01.22 08:32 수정 2021.01.22 08:3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TV조선 "자사 프로그램 표절"…MBN "TV조선이 먼저 표절"

"오디션 프로그램 유사 포맷 다수, 장르만 트로트로 바뀌었을 뿐"

ⓒMBM, TV조선 ⓒMBM, TV조선

TV조선이 MBN을 상대로 표절 소송을 제기했다. MBN의 ‘보이스퀸’과 ‘보이스트롯’이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트롯파이터’가 ‘사랑의 콜센타’를 도용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최근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종편과 지상파를 막론하고 유사 프로그램들이 속출하며 과열 경쟁이 불거진 것이 결국 소송전으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TV조선은 지난 2019년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사랑의 콜센타’ ‘미스터트롯’ ‘뽕숭아학당’ 등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들은 연이어 히트 시키면서 명실상부 ‘트롯명가’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미스트롯2’ 방영을 시작했다. 이전의 화제성엔 미치지 못하지만 타 프로그램과 비교해 높은 시청률로 ‘트롯 오디션의 원조’다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트로트의 뜨거운 반응을 가장 먼저 감지한 건 SBS였다. SBS 지난 3월 남진, 김연자, 설운도, 진성, 주현미, 장윤정 등의 출연진을 꾸려 국내 트로트를 세계로 진출시키자는 기획의도로 ‘트롯신이 떴다’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이어 숨겨진 트로트 무명 가수들의 서바이벌로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까지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 지었다.


이밖에도 MBC에브리원은 ‘나는 트로트 가수다’, MBC는 ‘최애 엔터테인먼트’ ‘트로트의 민족’, MBN은 ‘보이스트롯’ ‘트롯파이터’ ‘트로트퀸’, SBS Plus는 ‘내게 ON 트롯’, KBS2는 ‘전국 트롯 체전’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트로트 열기를 짐작케 했다. 심지어 트로트와 전혀 무관했던 프로그램들도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들을 섭외하고, 욱여넣기 식으로 트로트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방송가가 불러일으킨 트로트 열풍에 ‘식상하다’는 평을 만들어낸 것도 방송가였다. 정체성 없는 ‘아류’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면서 단기간 시청률 사냥엔 성공했지만, 결론적으로 시청자들에겐 트로트에 피로감을 느끼도록 한 셈이다.


흥행 프로그램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오는 움직임은 이미 지상파,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관행처럼 굳어졌다. 리얼 버라이어티, 육아 예능, 오디션 예능, 1인 콘텐츠 예능 등이 그렇고, 이번 트로트 열풍도 마찬가지였다. TV조선이 MBN을 상대로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기한 건 이런 관행 속에서 이례적인 일이긴 하다.


ⓒTV조선, SBS, MBC, KBS ⓒTV조선, SBS, MBC, KBS

MBN은 곧바로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TV조선 ‘미스트롯’이 전 연령대 여성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보이스트롯’은 남녀 연예인으로 출연자를 한정했다는 점, ‘트롯파이터’는 TV조선 ‘사랑의 콜센타’가 아닌 MBN이 방송한 ‘트로트퀸’ 포맷을 활용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트로트퀸’이 지난해 4월 방송된 ‘사랑의 콜센타’보다 두 달 앞선 2월 방송됐다는 점을 들어 표절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표절 의혹을 부인한 것에 더해 MBN은 역으로 TV조선에게도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자사 간판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 포맷을 TV조선이 먼저 베껴갔다면서 법적 맞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TV조선의 소송을 본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다수의 관계자들의 입장은 TV조선이 밝힌 소송의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방송가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마구잡이식 포맷 베끼기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직 저작권법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포맷 표절에 대한 기준점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표절의 유무를 가리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그러나 소송의 결과와 무관하게 TV조선이 액션을 취함으로써 ‘트로트 오디션의 원조’임을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는 시각도 뒤따랐다.


다만 대다수의 방송사에서 포맷이 상당히 유사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있음에도 콕 집어 MBN을 겨냥한 이유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관계자는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미스트롯’ 이전부터 유사한 포맷으로 진행되어 왔다. 장르만 트로트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큰 틀에서 보면 ‘미스트롯’ 역시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장르만 바꿔 베낀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또 이 관계자는 “MBN에게만 표절 의혹을 묻는 것 자체에서 소송의 의도가 온전히 와 닿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출연자 겹치기, 유사 포맷 프로그램 론칭에서 비롯된 ‘감정싸움’으로 비춰진다. 더구나 MBN이 현재 ‘보이스킹’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을 둔 압박전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소송과는 별개로 방송가의 뿌리 깊은 ‘포맷 베끼기 관행’에 대해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우리 방송사를 비롯해 모든 방송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인 건 사실이다. 꼭 이슈가 된 트로트 오디션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 다른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라며 “무분별한 짜깁기, 모방 프로그램은 방송콘텐츠의 생태계를 교란하고, 시청자의 혼란과 피로감을 부추긴다. 이번 소송으로 이 부분이 바로잡힐 거라는 큰 기대는 없지만 제작자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제작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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