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기기괴괴 성형수’, 메시지 강렬했지만 공감은 ‘글쎄’

유명준 기자 (neocross@dailian.co.kr)

입력 2020.09.08 14:08  수정 2020.09.08 14:09

ⓒ목요일아침

“현대사회에서는 외모도 경쟁력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맞는 말은 ‘경쟁력’이고 틀린 말은 ‘현대사회’다. 외모는 시대를 막론하고,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그리고 대중문화는 이를 활용한 여러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뮤지컬 ‘시라노’ 등 시대를 막론하고 직간접적으로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이어져 왔다.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는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풍부한 상상력을 활용해 직접적이고 극단적으로 외모를 중심으로 한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톱스타 미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예지는 어릴 적 발레리나였지만 외모 콤플렉스로 결국 꿈을 포기한다. 그 상처는 성인이 되어서 더 커졌다. 미리 뿐 아니라, 예지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예지의 외모 때문에 그를 무시한다. 그러던 중 성형수에 대해 알게 된다. 따로 성형을 하지 않더라도 물과 성형수를 섞어 20분 동안 얼굴과 몸을 담그면 미인으로 변한다. 예지는 미인으로 변한 후 설혜라는 이름으로 제2의 삶을 꿈꾸지만, 상황은 점점 파국으로 가게 된다.


ⓒ목요일아침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간결하고 강렬하다. 오로지 외모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끌고 가다보니, 주인공 예지가 성형수 이벤트 문자를 받는 순간부터 이후 어떻게 흐름이 이어나갈지 어느 정도 추측 가능케 한다. 여기에 남자들의 시선과 대중들의 관심,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예지의 욕망은 간결하게 전달된다.


영화의 많은 장면들은 시각적으로 충격적이다. 애니메이션이기에 다소 강도가 덜한 느낌을 주지만, 영화가 주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만드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공감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알겠고, 그것을 몰입감 높게 풀어나가는 것은 성공적이지만, 영화 끝난 후에는 다소 애매한 느낌을 남긴다. 특히 결말에서 보여주는 반전은 아쉽다. 신선한 반전이긴 하지만 ‘신선하기만’ 해서 잘 끌어오던 흐름을 뒤틀어 버린 듯 해 오히려 간결했던 메시지를 뭉개버렸다.


여기에 부모의 살을 갈취(?)하면서까지 외모에 집착하는 모습 등은, 외모 중심주의를 비판하려는 모습을 너무 극단으로 끌고 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괴기스러움을 조금은 덜어내면, 덜 불편한 그래서 더 강렬한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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