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치고 장구치고...19대 국회의원들 황당 행태 백서

전형민 기자

입력 2015.12.12 10:01  수정 2016.01.28 13:13

자기 '을(乙)' 못챙긴 을지로위원회

조인트부터 자녀 청탁까지 갑(甲)질논란

내가 발의한 법안, 내가 반대한 사연도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국회 환경미화원노동조합,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원들이 지난 10월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지침 '공공기관 시중노임단가 적용'에 대한 예산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년인 19대 국회의 임기 종료가 불과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국회도 여느 국회와 마찬가지로 '이중적 행태'와 '갑질'로 얼룩졌다는 오명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안'은 19대 국회의 황당한 행태를 되짚어 봤다.

"정작 자신들의 '을(乙)은 챙기지 못한 을지로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013년 5월11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을(乙)'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을지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을지로위원회는 일명 '남양유업법'으로 불리는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우리 사회의 각종 '을'을 위한 법률을 통과시키고 을을 대신해 갑을분쟁을 조정하는 등 갑(甲)과의 상생 방법을 찾는 위원회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정작 위원회에 소속된 비정규직 담당 직원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더욱이 자신들의 '을'이 비정규직임을 밝힌 폭로자는 우원식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어서 소식을 접한 정치권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우원식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9월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을지로위원회의 비정규직 담당, 한모 팀장이 오늘 아침 쓰러졌다"며 "갑자기 어지럽고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그 많은 비정규직 관련 일들을 거침 없이 처리해 내고 '3000을 입당식'까지 거뜬하게 해 내더니, 그것이 과로에 과로를 거듭하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위원장으로서 미안하기 그지 없다"고 적었다. 이어 "내가 사랑하는 당의 당원으로서 공개하기 싫었던 부끄러운 일을 세상에 드러내야겠다"며 "한 팀장은 을지로의 비정규직 담당인데 그 자신이 우리당의 비정규직이다"라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지난 계약 때도 그간 을지로위원회의 공로를 인정해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에 응하기는 커녕, 6개월 쪼개기 단기계약하려는 당에 맞서, 1년 계약을 끌어 내느라 무던히도 노력해야 하지 않았나"라며 당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이 직원은 최근에야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7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비서관 월급 상납 강요' 논란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경위가 어떻든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슈퍼갑(甲) 국회의원의 갑(甲)질논란"

최근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갑질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2015년은 '국회의원 갑질의 해'로 요약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신기남·윤후덕 새정치연합 의원, 이주영·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의 자녀를 위한 갑질 의혹부터 김을동·박윤옥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채용까지. 국회의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의혹과 논란은 2015년 한 해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단골 소재였다.

지난 주말엔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비서관에게 매달 월급 중 120만 원씩 상납하도록 강요한 것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박 의원은 7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이 제 부덕 때문이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저도 인간인지라 허물이 있지만,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그렇게 파렴치한 사람은 아니다"라며 "월급을 내 놓으라고 강압한 적은 없었으며, 사실이 왜곡되거나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해 이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박 의원 측의 해명대로 "직급이 상승한 직원이 그 상승분을 아무런 지시없이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꼬박꼬박 상납했다"는 주장은 일반 상식으로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다. 특히나 일반 회사처럼 일정 인사규정도 없이 자기 의원실의 인사권을 오롯히 국회의원이 쥐는 국회의원 보좌진 인사구조상에서는 더 그렇다.

국회의원 갑질로 인한 황당한 사례는 또 있다. 재벌총수 가족의 갑질을 막겠다며, 일명 '조현아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의 갑질 논란이다.

지난 9월 '채널A'의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의 보좌진이었던 A씨는 지난 3월 수원 팔달구에 경찰서를 신설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장에서 홍보 동영상을 미리 틀어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의원에게 정강이를 차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절대 때린 적이 없다. 맞았다는 사람이 있으면 데려와 보라"며 "B 씨가 그만 둔 것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조현아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의원이 정작 조현아보다 더 심한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세간의 빈축을 샀다.

자신이 공동발의한 법안에 '보좌진이 동의 없이 서명했다'며 법안 시행 반대 주민 서명을 받는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자료사진)ⓒ연합뉴스

법안 발의부터 시행 반대 주민서명까지 '북치고 장구치고'

자신이 공동발의한 법안을 반대하며 법안을 근거로 시행중인 사업의 주민 여론조사까지한 국회의원도 있다.

강원도 원주가 지역구인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3년 이웃 지역구 같은당 이강후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법안은 그 해 본회의를 통과해 2014년 1월 공포돼 현재 시행 중이다.

이 법안은 원주시 문막읍 궁촌리 일대에 조성될 화훼특화관광단지에 에너지 공급을 위한 '열병합발전소'를 짓기 위한 근거법으로 이미 시의회가 동의하고 관련 예산도 배정돼 주민들에 대한 토지 보상도 진행 중이다.

이 상황에서 김 의원이 '폐타이어 등 공해물질이 발전소 연료로 쓰일 개연성이 있다'는 일부 주민의 주장을 이유로 '여론조사 실시를 통한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선 것.

김 의원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법안 발의 당시 김 의원 본인의 동의 없이 보좌진이 서명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할 지역구 의원이 지역 최대 숙원 사업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는 점 역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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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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