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야 넘은 설득…이상휘 의원, 'K-스틸법'으로 철강 살렸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12.18 06:00  수정 2025.12.18 10:46

K-스틸법 이끈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

"철강, 개별 위기 아닌 국가 산업 리스크"

"현장 요구 담아 신뢰 형성해 공동발의로"

"전기료 인하 문제, 우회적 지원으로 보완"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글로벌 공급과잉과 통상 환경 악화, 탄소 규제 강화가 동시에 겹치며 국내 철강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놓인 가운데, 국회가 국가 차원의 대응 틀을 마련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이다.


그 중심에는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포항남·울릉)이 있다. 22대 국회 초선으로 임기 1년 반을 채운 그는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여야 의원 106명의 공동발의를 이끌어냈다. 정쟁이 일상화된 국회 환경 속에서도 재정이 수반되는 특별법을 발의 후 116일 만에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이상휘 의원은 철강산업의 위기를 특정 기업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제조업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규정해왔다. 포항을 지역구로 둔 그는 현장의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철강 정책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고, 그 결과물이 K-스틸법으로 구체화됐다.


K-스틸법은 국무총리 소속 콘트롤타워 설치, 중장기 산업 전략 수립, 산업 재편을 위한 규제·재정 지원 근거, 저탄소 전환 지원 체계 등을 처음으로 법제화했다. 특히 '선 통과 후 보완'이라는 전략 아래 시행령과 후속 제도를 통해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접근은 정치적 현실과 산업의 시급성을 동시에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초선 의원으로서 국가 기간산업을 다루는 특별법을 관철시킨 배경은 무엇이며, K-스틸법이 풀고자 한 핵심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또 시행령에 담겨야 할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인지. K-스틸법 제정을 이끈 이상휘 의원을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나 들어봤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의원은 법안 발의에 나선 이유로 '가장 기초적인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이 이미 개별 업종의 위기를 넘어 국가 산업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고 판단한 점을 꼽았다. 그는 "철강이 무너지면 자동차·조선·건설 등 연관 산업도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위기가 다른 산업으로 더 확산되기 전에 국가가 제도적으로 개입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의원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미국의 고율 관세, 강화되는 탄소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기존의 대응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존 부처별 대응 체계의 한계도 문제로 짚었다. 이 의원은 "산업정책 관련 법체계가 부처별로 나뉘어 있다 보니 기술·인프라·환경·재정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였고, 현장에서는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지원이 맞춰지지 않는 문제가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간 연계가 약해 동일 목적의 사업이 중복되거나 전환의 사다리가 끊기는 비효율이 나타났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결정을 미루게 되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같은 문제의식은 K-스틸법의 설계로 이어졌다. 법안에는 국무총리 산하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부처 간 정책을 조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간 실행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철강 정책을 단발성 지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입법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국면에서는 법안 상정 자체가 불투명했던 시점도 있었다. 그럼에도 정쟁이 일상화된 국회 환경 속에서 K-스틸법이 여야 합의로 처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법안을 둘러싼 설득 논리의 방향 설정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의원은 "철강산업의 위기가 특정 정당이나 지역의 이해를 넘어 우리 제조업 전체의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위기라는 데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가장 큰 동력"이라며 "이번 사안은 '누가 이기느냐'의 정치적 문제를 넘어 '생존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설득 포인트로는 현장에서 확인된 절박함을 꼽았다. '국회철강포럼'을 중심으로 여야 의원들이 간담회와 정책토론회를 수차례 함께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법의 초안을 만들었다. 이를 두고 그는 "이번 법이 '정쟁의 산물이 아니라 현장의 요구가 만들어낸 입법이라는 신뢰가 쌓였고 그것이 여야 106명의 공동발의라는 이례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의원은 이번 법 제정이 철강업계에 주는 가장 큰 변화로 심리적·제도적 안정감을 꼽았다. 그는 "철강 위기로 지역 사회에서는 불안감이 커졌었는데 심리적 안정감을 찾게 됐다"며 "철강 산업의 불황과 위기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개입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업계가 가장 시급하다고 호소해 온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가 법 본문에 담기지 못한 점은 한계로 남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전기요금 문제가 핵심이라는 점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과 통상 리스크를 감안할 때 법에 직접 담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대신 그는 시행령과 후속 제도를 통한 우회적 지원을 강조했다. 저탄소 설비 전환과 연계한 지원, 연구개발(R&D)과 실증 단계에서의 비용 보전, 인프라 구축 지원 등을 통해 실질적인 부담 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저탄소 전환과 관련해서는 수소환원제철의 장기 과도기를 고려한 현실론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수소환원제철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초대형 사업(CCU 메가 프로젝트) 같은 중간 해법이 중요하다"며 "기존 설비를 활용해 단기간에 탄소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철강 관세, 중국 물량 공세 등 통상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해서는 저탄소·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덤핑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업재편, M&A, 합작투자를 촉진하는 공정거래법 특례를 통해 규모의 경제와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결합 심사기간 단축 등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보다 빠르게 합종연횡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라며 "이는 미국의 관세 인상이나 중국발 저가공세에 직면했을 때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수단"이라고 했다.


더불어 이 의원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철강은 지금 서로 과당 경쟁을 하고 있고 이 상태로는 버티기 어렵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정리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이상휘 의원은 민간 자율에 맡기는 방식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그는 "민간이 주도하면 안 된다. 가격을 더 받을 것이냐, 덜 받을 것이냐의 문제를 기업들끼리 협상해서 해결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새로운 건물을 짓는데 기초 공사는 국가가 해주겠다는 의미"라며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산업 전환과 구조조정을 정책적으로 설계하는 것은 시장 개입이 아니라 국가가 위기 대응의 토대를 깔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K-스틸법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그만큼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의 과제를 챙겨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16일 만에 제정법이 통과됐다는 것은 현장의 요구가 그만큼 절박했고, 국회가 그 목소리에 신속히 화답했다는 의미"라며 "2026년 활동 역시 이런 성과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현실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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