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에 제3국에서 비공개 회동을 제안했지만 북 측이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을 고수해 대화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2일(현지시각) 익명을 요구한 미국 내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 참석하기에 앞서 뉴욕채널을 통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회동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김 대표에게 평양으로 직접 들어와서 대화를 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두 사람의 회동이 무산됐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각)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소니 픽처스 해킹사건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강경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려는 용의를 보이면 양자 관계를 개선할 수 있으며, 의미있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내가 베이징에 도착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도 알고 있었을 것이고, 북핵 문제에 대한 북미 간 실질적인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불행히도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성김이 이번 아시아 방문 기간 우리와 만날 의향을 표시한 데 대해 평양에 오라고 초청까지 했다”면서 “그러나 미국은 그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마치도 우리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대화와 접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듯이 여론을 오도하면서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이다”고 비난한 바 있다.
따라서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김 대표의 평양 초청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미국 측을 비난함에 따라 당분간 북미 간에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6자회담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유예(모라토리엄)하고, 영변 5MW(메가와트) 원자로 가동 중단 등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은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해왔다.
한편,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도쿄발 기사에서 북한이 최근 방문 외국인을 대상으로 21일간 호텔 등에 격리 조치를 내리고 있는 것이 북미 대화 무산의 한 걸림돌이 됐다고 보도했다.
WP는 “북한은 지난해 서아프리카 에볼라가 발병한 이후 엄격한 검역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싱가포르에서 미국의 전직 관료들과 트랙2 회의를 마친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조차도 귀환하자마자 21일간 자택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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