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만에 무너진 20년의 꿈 "살라고 죽지 말라고"

하윤아 인턴기자

입력 2014.02.18 13:04  수정 2014.02.20 10:32

현장에 있던 학생들의 다급했던 메신저 내용 '생생'

"미친듯이 뛰었어...죽을것 같으면 힘이 나오는데"

17일 발생한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학생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메신저 내용이 공개됐다. 트위터리안 @block_b_winsome

폭설에 따른 지붕 붕괴로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의 강당.ⓒ연합뉴스

18일 지붕 붕괴로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이 짐을 챙겨 버스에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17일 오후 붕괴 사고가 난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이 매몰자 구조를 위한 밤샘 작업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새내기 대학생들의 열정 가득한 함성 소리는 단 10초 만에 끔찍한 비명이 되어 울려 퍼졌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대학 생활의 꿈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불과 수분 전까지만 해도 대학 입학의 감격으로 뒤덮였던 강당은 그야말로 ‘생지옥’으로 변해있었다.

출입구를 향해 뛰어가던 학생들은 뒤따라오는 학생들에 의해 맥없이 쓰러졌다. 그러면서도 바닥을 마구 헤집고 기어 다시 일어나 뛰었다. 바로 옆 환하게 웃고 있던 친구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새 울부짖으며 달려가는 학생들의 뒷모습만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17일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은 폭격을 맞은 듯 폭삭 주저앉아있었다. 부산외대 아시아학과 560여 명이 손뼉을 치고 환호하던 곳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행사장 맨 앞줄에 자리했던 것으로 보이는 한 학생의 메신저 내용은 참혹했던 당시의 순간이 여실히 담겨 있었다. 이 학생은 “솔직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인식할 수 없었다”며 당시의 현장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를 전했다.

레크리에이션으로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어가는 순간 건물 지붕에서 ‘우지직’하는 소리가 들렸다. 천정 일부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을 목격한 일부 학생들은 서둘러 강당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이곳저곳에서 학생들의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눈에 보이는 출입구는 오직 하나, 그러나 560여명의 학생들이 빠져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 밖으로 탈출하려는 학생들은 넘어지고 짓밟히면서도 살기 위해 일어나 정신없이 뛰었다.

메시지를 보낸 학생은 “미친 듯이 뛰었어. 죽을 것 같으면 미친 듯이 힘이 나오는데...”라며 수십명의 학생들이 뒤엉킨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 무작정 출입구를 향해 달려갔다고 전했다.

엄청난 양의 눈이 쏟아져 움직이기조차 힘들었지만 학생들은 탈출을 위해 몸부림쳤다. 넘어진 친구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려는 친구, 넘어지는 사람들로부터 후배를 보호하려 엎어져 얼싸안는 선배... 그러나 수십명이 한꺼번에 밀리고 엎어지는 상황에서 이들은 아무 힘도 쓸 수 없었다.

“밟혀서 그 위로 사람들 지나가는데 진짜 무슨 힘이 났던지 일어나서 정신없이 뛰고... 미친 개마냥 뛰었다”

그는 당시의 순간을 ‘지옥과도 같았다’고 표현했다. “살라고”, “죽지 말라고” 하며 소리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아랍어과 신입생 이모 군(19)은 "강당 앞쪽 부분 천장이 갑자기 쩍쩍 금가는 소리를 내는 듯하면서 가라앉기 시작했다"며 "너무 놀라서 하나뿐인 뒤쪽 문을 통해 나가려 했는데 뒤쪽 천정이 한꺼번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문모 군(19) 역시 "갑자기 천정에서 전구가 터졌고 천정이 구겨지면서 내려앉았다"며 "친구들과 함께 창문을 깨고 밖으로 나갔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실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의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건물 곳곳에서는 신음소리와 함께 학생들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입생 윤모 양(19)은 "한창 레크리에이션을 보고 있는데 친구들이 '어어' 하면서 놀라는 소리가 들리고 앞쪽 천장이 내려앉기 시작해 친구 손을 잡고 뒤쪽 문으로 뛰었다"며 "뛰던 중 뒤쪽의 지붕이 왕창 무너져 지붕에 다리가 깔렸고 친구의 손을 놓쳤는데 혼자서 다리를 빼내 나왔다"고 사고 순간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한편, 이번 사고로 목숨을 읽은 부산외대 태국어과 2학년 학생의 아버지는 “딸에게 오후 7시쯤 ‘재밌냐’는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며 예기치 않은 비보에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한 후 딸에게 곧바로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태국어과 대표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고 들떠있던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현재 소방당국은 사고대책본부를 꾸려 사망자 신원 확인 및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또한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3명의 매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조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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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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