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떨어뜨리려 나온 '종북'을 기억하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2.12.24 09:42  수정

<당선인에 바란다-복거일 소설가>과반 득효는 뚜렷한 위임사항 낳아

진정한 사회 통합은 종북과 선긋고 종북과 결별한 진보 끌어안는 것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는 명확한 승리를 얻었다. 문재인 후보보다 3.7%를 더 얻어서,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에서 깔끔하게 이겼다. ‘과반 득표’라는 탐나는 성과를 거두었고,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명확한 승리는 당선자에게 뚜렷한 위임사항(mandate)을 부여한다. 후보로서 내세운 공약들이 바로 위임사항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면 된다.

그러나 박 후보가 자신의 공약들을 바로 위임사항으로 삼기 어려운 면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이념적 대결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이념이 근본적 중요성을 지니고 이념적 대립은 화해와 타협이 어려운 데다가, 우리 사회의 이념적 편차가 워낙 크므로, 박 후보를 지지한 시민들이 국민의 뜻을 대표한다고 여기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두 후보의 공약들 가운데 두 후보가 공감하고 시민들이 동의한 것들을 살피는 것이다. 그것들을 위임사항으로 삼으면, 논리적으로나 실제적으로 타당할 것이다. 그런 공약으로 이내 눈에 뜨이는 것은 ‘사회 통합’이다. 여러 면들에서 깊이 갈라진 사회를 통합해서 조화롭고 응집력이 큰 사회로 만드는 일은 두 후보들이 으뜸가는 공약으로 내세웠고 모든 시민들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사회 통합은 어떤 지도자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모두 그것을 얘기하지만, 실제로 이루는 사람은 드물다. 이 어려운 과업을 이루려면, 박 당선자는 대한민국 헌법으로 구현된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 사회의 구성 원리는 시민들의 삶을 인도하는 원칙이고 시민들이 그 원칙을 충실히 따를 때, 비로소 사회 통합이 실현될 수 있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사회 통합을 이루려는 지도자는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심이 없거나 심지어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을 격리하고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 세력까지 아우르려 하는 것은 사회 통합을 인도할 원리를 포기하는 짓이다.

그것은 너그러움이 아니라 어리석음이다. 사회 통합은 그것을 인도하는 원리인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를 인정하는 사람들만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비록 이념적 성향과 정책적 선호에서 차이가 있더라도,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심이 있다면, 통합의 노력은 최소한의 바탕을 지니고 차츰 성과를 얻을 것이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스튜디오 에서 진행된 제18대 대통령 후보 2차 방송토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왼쪽부터)가 토론에 앞서 서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한뒤 잡은손을 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번 선거를 돌아보면, 이 점이 뚜렷해진다. 텔레비전 토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나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고 선언한 순간, 박 후보는 당선된 것이다. 이 말은 물론 과장이다. 그러나 지나친 과장은 아니다. 이 후보가 유감없이 보여준 종북주의자의 면모는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격동시켰고 그들로 하여금 추위 속에 투표소를 찾도록 만들었다.

모임에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들고 나오고 애국가 대신 운동권 가요를 부르고 무슨 일에서든 북한 정권을 변호하고 한 없이 너그럽지만 대한민국의 원리와 성취는 결코 인정하지 않는 세력의 제 모습을 이 후보는 소름 돋도록 잘 보여주었다. 그녀가 무심코 ‘남쪽 정부’라고 했다가 바로잡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녀의 충성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후보는 대통령 후보에 걸맞지 아니한 태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녀의 그런 태도는 우연적인 것이 아니다. 그녀와 같은 전체주의자들에게 도덕은 일반적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그들에겐 도덕적 행위는 지도자가 제시하는 목표에 따라 결정된다. 그 목표에 맞으면, 어떤 행위든 바로 선이고, 그 목표에 방해가 되면, 바로 악이다. 그들에게는 객관적 도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련 법령의 허점을 이용해서, 후보가 사퇴해도 27억 원의 정부 교부금의 대부분을 정당에서 그대로 갖는 것도 그들에겐 당연한 결정이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려고 나온 것이 아니라는 선언에 충실해서, 그녀는 끝내 사퇴했다. 비록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거명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지지자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는 명백했고, 통합진보당과 정책 연대를 했던 민주통합당의 문 후보는 1% 안팎으로 추산된 그 표들을 사절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 후보는 명시적으로 이 후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이 후보와 그녀를 지지하는 세력의 반대한민국적 성향이 자신에게 투사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후보와 그녀의 지지 세력을 격리하고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은 문 후보 지지자들의 명시적 반대를 부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다수는 그런 노력을 지지할 것이다.

2007년의 선거에서 야당이 역사상 가장 큰 차이로 패했을 때, 좌파 정당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의 온건파는 ‘종북주의’를 따르는 주류 강경파의 실체를 폭로하면서 탈당했다. 이런 움직임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현 정권은 그들이 설 정치적 입지를 마련해서 그들을 대한민국의 왼쪽 울타리로 삼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정치적 황야에서 헤매다가 끝내 ‘종북주의’ 정당으로 되돌아갔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이런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오른쪽 울타리는 늘 튼튼하다. 그러나 왼쪽엔 울타리가 있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다. 가슴에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심을 품은 사람들과는 언제라도 무슨 일에 관해서라도 대화하고 논의하고 타협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원칙을 뚜렷이 해서 그것을 대한민국의 왼쪽 울타리가 설 자리로 삼아야, 그래서 우리 사회의 건강을 해치는 세력을 격리하고 최소한으로 줄여야, 사회 통합은 조금이라도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두 후보들의 공약들을 살피면, 다른 위임사항들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중요성에서 사회 통합에 미치지 못할 터이다. 게다가 구체적 정책들은 재정적, 기술적, 시간적 제약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어려울 터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인도 원칙으로 삼는 사회 통합은 근본적 중요성을 지닐 뿐 아니라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자신을 당선시킨 시민들의 생각과 소망을 늘 새겨야 한다.

글/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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