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잠실 전광판 켜나

입력 2011.10.31 10:03  수정

양 팀 홈구장 아닌 잠실서 5~7차전

관중수입-서울 상징성..지방팬은?

한국시리즈 5~7차전은 올해에도 양 팀 지역 연고와 상관 없는 잠실구장에서 펼쳐진다.

지방 야구팬들은 안중에도 없나?

삼성과 SK가 펼치는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7차전은 양 팀의 홈구장이 아닌 잠실구장서 중립경기로 치러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 LG가 한국시리즈 진출을 못했을 경우, 지금처럼 1~4차전은 해당 팀 홈구장에서 치르고 5~7차전은 잠실구장서 중립경기를 치르는 방식을 매년 시행해왔다.

대체 중립경기를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서울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는 프로야구 최고의 축제다. 이러한 축제를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심장인 서울에서 치르게 된다면 지방에서 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이나 미디어들의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고 프로야구 자체를 홍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다른 이유로는 관중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방구장에 비해 수용인원이나 규모가 큰 잠실구장을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입장료 수익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방에 있는 홈구장을 사용하게 된다면 한국야구위원회나 해당 구단 모두 경제적인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부담이 따른다. 무엇보다 프로야구 최고의 축제인 만큼, 관중이 적은 곳보다는 많은 곳에서 치르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중립경기는 지방 야구팬들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제도다.

일단 중립경기를 치르면 지방을 연고지로 둔 팀의 팬들은 직접 야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가뜩이나 지방에 있는 야구장들은 수용인원이 적어 만원사례라도 되는 날이면 수많은 관중들이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하는 게 현실이다. 이것도 모자라, 한국시리즈와 같은 축제의 장을 즐길 수 있는 기회조차 줄인다는 것은 1년 내내 해당 팀을 응원한 지방 야구팬들을 무시한 처사나 다름없다.

선수들 역시 중립경기보다는 홈경기를 치르는 것이 훨씬 편하다. 우리말에 ‘내 집보다 편한 곳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중립경기는 양 팀 모두에게 원정경기와 같다. 홈구장에서 홈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경기를 한다면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2002년 삼성은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을 홈인 대구서 치렀다. 당시 삼성은 이승엽의 동점 쓰리런 홈런과 마해영의 끝내기 솔로 홈런으로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삼성 선수들과 팬들이 모두 하나가 돼 눈물을 흘리던 대구구장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야구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감동적인 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2009년에도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한 팀이 있다. KIA는 SK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나지완의 끝내기 솔로 홈런으로 12년 만에 감격적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우승 헹가래를 한 곳은 광주구장이 아닌 잠실구장이었다. 홈인 광주구장이었다면 2002년 삼성의 우승보다도 더 감격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중립경기는 프로야구가 내세운 ‘지역 연고주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행위다. 연고지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이 없다면 어느 팀도 한국시리즈까지 오를 수 없다. 최근 몇몇 팀들은 나쁘지 않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지역 연고지 출신의 새로운 감독을 영입했다. 그 이유는 성적도 성적이겠지만 ‘지역 연고주의 정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연고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물론 중립경기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중립경기로 인해 지방 야구팬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 희생돼야 한다는 것이다. 묻고 싶다. 한국시리즈 중립경기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말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우병규 넷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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