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막힌 中, 신흥국 덮쳤다…韓 배터리·가전 점유율 4% 이하

정다운 기자 (sanae@dailian.co.kr)

입력 2026.10.08 10:39  수정 2026.10.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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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레드웨이브’ 저가·물량 공세 본격화

배터리 中 비중 인도 86%·사우디 80%

가전 70%대·자동차 40%대까지 잠식

EU도 배터리 90%·태양광 98% 중국산

미국 관세 장벽에 막힌 중국 제조업 물량이 신흥국과 유럽으로 확산하는 ‘차이나 레드웨이브’를 형상화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Chat지피티를 활용해 제작했다.

미국의 관세 장벽에 막힌 중국 제조업 물량이 인도 등 신흥국과 유럽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한국 주력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신흥국 배터리·가전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70~80%대까지 치솟은 반면 한국산은 대부분 4% 이하에 그쳤다.


8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국제무역구조 변화 동향과 한국 산업의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시장 접근이 어려워진 중국 수출 제조업 물량이 아세안과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국과 유럽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를 ‘차이나 레드웨이브(China Redwave)’로 표현했다. 미국에서 밀려난 중국산 제품이 낮은 단가와 대규모 물량을 앞세워 다른 시장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현상이다. 연방준비제도와 브루킹스 등이 ‘차이나 쇼크 2.0’으로 부르는 흐름과 같은 맥락이다.


배터리 시장에서는 중국산 비중이 인도 86%, 사우디아라비아·베트남 80%, 필리핀 71%에 달했다. 가전은 말레이시아 77%, 태국 76%, 인도네시아·브라질 75%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산은 주요 신흥국에서 대부분 4% 이하에 머물렀다.


자동차와 기계에서도 중국의 공세가 거셌다. 자동차 수입에서 중국산 비중은 인도네시아 42%, 태국·말레이시아 각각 41%를 기록했다. 기계는 인도네시아 60%, 태국 52%, 베트남 45%까지 올라섰다.


신흥국에서 중국산 점유율이 빠르게 오른 데는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수출 물량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대중 관세로 중국 제품의 미국 내 비중은 줄었지만, 해당 물량이 다른 국가와 지역으로 향하며 ‘거대한 재배치’를 불러왔다는 해석이다.


실제 미국 상품무역 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45%에서 최근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품 수입 비중도 25%에서 10% 아래로 내려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직전 수준까지 낮아졌다.


반면 다른 국가에서 들어오는 미국 수입은 크게 늘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의 대중국 수입은 655억달러 감소했지만 멕시코는 1926억달러, 베트남 872억달러, 대만 738억달러, 한국은 600억달러 증가했다.


미국에서 중국산 비중이 줄어든 것과 달리 유럽에서는 대중국 수입이 크게 늘었다. 유럽연합(EU)의 대중국 수입은 2015년 3564억달러에서 지난해 7248억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EU 역외 수입에서 중국 비중도 18.7%에서 22.7%로 상승했다.


특히 EU 배터리 수입에서 중국산 비중은 90%, 태양광은 98%에 달했다.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배터리 규정 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산을 대체할 생산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진단이다.


중국산 배터리전기차(BEV)에 상계관세가 부과된 뒤에는 수출 품목도 달라졌다. 중국 업체들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하이브리드(HEV)로 방향을 틀면서 해당 품목의 EU 수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유럽에서는 조선과 무기체계, 화장품, 바이오시밀러 등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신흥국 시장에서는 조선과 멕시코·인도가 상대적으로 선전했고, 안보 장벽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원산지 규정, 현지 산업정책이 중국산을 견제하는 방어선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지키는 동시에 원전과 입자가속기 등 산업 기반 투자를 확대하고 신흥국 현지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종재 시장을 확보해야 반도체 등 고부가 중간재의 판로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준 산업연구원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 “주력산업의 미래 시장과 경쟁우위를 지키는 데 제1의 위협은 이제 중국”이라며 “AI 반도체 특수에 가려진 K자형 산업 양극화에도 지난 20년간 중국 제조업 고도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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