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고 덕후’가 170명 살렸다…“TV서 본대로 조종간 당겨”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입력 2026.10.01 10:21  수정 2026.10.0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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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장, 조종실서 기장 흉기 공격…항공기 30초 만에 4200m 급강하

피투성이 기장 가까스로 조종실 문 열어…승객들 뛰어들어 공격자 제압

승객 하윤 직접 조종간 잡아 기수 올려…“항공사고 다큐에서 봤다”

30일(현지시간) 플라이두바이 여객기 추락을 막은 승객 야니브 하윤이 피묻은 옷을 입고 기내에 앉아있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두바이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여객기가 급강하한 사건은 단순한 조종사 간 다툼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공격한 뒤 항공기를 추락시키려 했고 승객들이 조종실로 뛰어들어 이를 저지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


로이터통신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두바이를 출발해 텔아비브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 FZ1073편 조종실에서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공격했다. 당시 항공기는 약 3만 4000피트(약 10.4km)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상황은 순식간에 악화했다. 비행 추적 자료에 따르면 항공기는 약 30초 만에 1만 4000피트(약 4.3km)를 급강하했다. 승객 알모그 이탈리는 처음에는 심한 난기류라고 생각했지만 항공기가 20~30초씩 추락했다가 잠시 안정되는 상황을 반복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조종실 문을 연 것은 흉기에 찔린 기장이었다.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 도론 스필먼은 기장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상태에서도 마지막 힘을 내 조종실 문 잠금장치를 풀었다고 전했다. 문이 열리자 상황을 눈치챈 승객들이 조종실로 뛰어들었다. 안에서는 기장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부기장이 조종장치를 훼손하고 있었다.


이때 이스라엘인 승객 야니브 하윤이 부기장에게 달려들었다. 하윤은 공격자의 목을 붙잡아 조종석에서 떼어낸 뒤 다른 승객 2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른 승객 츠비카 마네스는 이들이 약 20~25분간 몸싸움을 벌인 끝에 유선 헤드폰으로 공격자의 몸을 묶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격자를 제압한 뒤에도 항공기 기수가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윤은 다시 조종석으로 뛰어들어 직접 조종간을 뒤로 당겼다. 그는 항공기가 조금씩 수평을 되찾기 시작했고 이후 조종사가 자신에게 조종권을 넘겨받았다고 설명했다.


30일(현지시간) 플라이두바이 여객기 추락을 막은 승객 야니브 하윤(오른쪽)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타임오브이스라엘 홈페이지 캡처

귀국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하윤에게 어떻게 조종간을 다룰 줄 알았느냐고 묻자 그는 항공사고를 재구성하는 캐나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메이데이(Mayday·Air Crash Investigation)’를 봐서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당시 해당 항공편에는 다행히 교대 운항을 위한 플라이두바이 예비 조종사들이 탑승해 있었다. 공격자가 제압되고 항공기가 안정된 뒤 이들이 조종을 넘겨받아 사우디아라비아 타부크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승객 170여 명은 무사했으며 부상한 기장과 공격자로 지목된 부기장은 현지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스라엘은 사건 당시 납치 가능성을 우려해 전투기까지 긴급 발진시켰다. 이스라엘 당국은 부기장이 항공기를 고의로 추락시키려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정확한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플라이두바이 역시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추측을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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