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80명의 대표단을 파견한 북한. ⓒ 연합뉴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10위에 올랐던 북한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대회 초반 성적 면에서 부진한 가운데, 이번에는 북한 대표단 가운데 2명이 귀국하지 않고 일본에 남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북한은 지난 19일 개막한 제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선수와 임원을 포함해 약 180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선수만 107명으로 남녀 축구를 비롯해 역도, 레슬링 등 14개 종목에 출전한다.
규모만 놓고 보면 이번 대회에 대한 북한의 의지는 작지 않았다. 하지만 대회 초반 성적표는 기대와 거리가 있다.
북한은 3년 전 항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0개를 따내며 종합 10위에 올랐다. 반면 이번 대회에서는 22일까지 메달 소식이 없다가 역도에서 첫 메달이 나왔다.
다만 이를 북한의 전반적인 경기력 저하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종목들의 일정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대회 초반 메달 레이스는 수영 등을 중심으로 전개됐지만 북한의 주력 선수들이 집중된 종목은 아니었다. 북한이 기대를 걸고 있는 역도와 레슬링 등이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해야 실질적인 메달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격에서 나온 출전 차질은 뼈아팠다. 북한은 20일 일본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여자 10m 공기소총 개인전과 단체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당초 박현경, 리수림, 김현숙이 개인전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경기장에는 북한 선수들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유는 총기와 탄약 사용을 위한 일본 정부의 사전 승인 문제였다.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북한이 탄약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아 출전이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실제로 승인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인지, 일본 측이 신청을 반려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사격은 북한 입장에서 단순한 1개 종목이 아니다. 역대 아시안게임 사격에서만 금메달 41개를 따낸 전통적인 강세 종목이다. 이번 대회에도 남녀 선수 6명을 파견했지만, 첫 경기부터 출전하지 못하면서 메달을 확보할 기회를 잃었다.
아직 역도가 남아있다는 점은 북한 입장에서 다행이다. 23일부터 시작되는 역도는 북한이 아시안게임에서 꾸준히 강세를 보여온 선수들이 출격한다. 실제 49㎏급 리성금이 세계 신기록으로 북한의 첫 메달 주인공이 됐다.
북한 응원단. ⓒ 연합뉴스
경기장 밖에서도 문제가 터지고 있다.
월간조선에 따르면, 북한 대표단 소속 2명이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일본 망명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두 사람의 신원이나 대표단 내 지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으로서는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 특히 국제 스포츠대회는 북한 선수와 관계자들이 외부 세계를 직접 접하는 드문 기회라는 점에서 대표단의 귀국 거부 가능성 자체가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
북한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일본과의 접촉 가능성도 마주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이유로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유지하며 북한 국적자의 입국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번 대회 참가자들에게는 예외적으로 입국을 허용했다. 일본 측이 북일 교류를 위한 접촉을 시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 대표단이 일본을 찾은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 북한의 이 같은 대규모 방일은 1985년 고베 하계유니버시아드 이후 41년 만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가 갖는 상징성도 작지 않다.
그럼에도 대회 초반 성적이 부진한 가운데 일부 선수단 인원의 명망 타진 소식까지 전해지며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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