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에 성과급 갈등도 커졌다…삼성·LS·SK 노사 '동상이몽'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9.25 06:00  수정 2026.09.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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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성과급 배분 갈등 속 노조 분화…LS전선은 37년 만에 첫 파업

SK하이닉스, 현금·주식 지급 비중 조정해 임단협 타결…보상 기준 둘러싼 셈법 복잡

LS전선 본사 전경. ⓒLS전선

인공지능(AI) 호황으로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LS전선은 성과급 규모를 놓고 노사가 맞서다 노동조합 설립 37년 만에 첫 파업에 나섰고, 삼성전자에서는 사업부별 성과 배분을 둘러싼 이견이 노조 분화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 역시 성과급 지급 방식을 놓고 진통을 겪은 끝에 최근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호실적에 따른 보상 확대 요구와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가 맞물리면서 기업별 노사 간 셈법도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 노조는 오는 29일 24시간 파업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구미·인동·동해사업장에서 약 1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1989년 노조 설립 이후 37년 만의 첫 파업이다.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인상률과 성과급 규모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6.5% 인상과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4% 인상과 정액 850만원의 성과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교섭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보상 수준과 지급 기준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하다.


갈등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에 따른 전선업계의 호황이 자리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조5882억원, 영업이익 279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413억원에 달하는 등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이러한 경영 성과가 직원들의 보상으로도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는 글로벌 전력망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가 진행 중인 만큼 투자 재원 확보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LS전선은 약 1조원을 투입해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2028년 1분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LS전선의 갈등이 호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얼마나 지급할 것인지에 집중돼 있다면, 삼성전자에서는 사업부별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지가 노조 내부의 이해관계와 맞물렸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 조합원 총회에서 가입 자격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근로자로 한정하는 규약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기존 DS와 디바이스경험(DX)부문을 함께 아우르던 조직은 사실상 DS 중심 노조로 재편됐다.


노조 재편의 배경 중 하나로는 사업부별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꼽힌다.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DS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사업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반면 DX부문에서는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와 보상 기준을 둘러싼 이견이 제기됐다.


같은 회사에 속해 있더라도 사업부별 실적과 보상 수준이 다른 만큼 성과급 재원을 전사 차원에서 배분할 것인지, 개별 사업부의 성과를 중심으로 지급할 것인지를 놓고 이해관계가 엇갈린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노조 운영과 교섭 방향을 둘러싼 내부 이견과 맞물리며 조직 재편으로 이어졌다.


초기업노조는 향후 DS부문의 근로조건과 성과급을 중심으로 교섭 요구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공동교섭 체계가 달라지면서 내년 임단협에서는 사업부별 보상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에서는 성과급의 규모나 사업부 간 배분보다는 현금과 주식의 지급 비중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성과급을 지급하더라도 구성원이 실제로 받는 방식과 시점에 따라 보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사례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달 임금 6.3% 인상과 초과이익분배금(PS)의 40%를 현금,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조합원 투표에서 반대 50.08%로 부결되면서 재교섭에 들어갔다. 성과급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된 점이 조합원들의 주요 불만으로 거론됐다.


이후 노사는 성과급의 기본 지급 비중을 현금과 주식 각각 50%로 조정하고, 구성원이 원할 경우 주식 비중을 최대 100%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수정안을 마련했다. 향후 2년에 걸쳐 지급할 예정이던 기존 성과급 이연분도 올해 앞당겨 지급하기로 했다.


수정안은 지난 16일 조합원 투표에서 57.08%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잠정합의안이 한 차례 부결된 끝에 성과급 지급 방식과 구성원의 선택권을 조정하면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세 기업의 사례는 모두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 배분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갈등의 양상은 서로 다르다. LS전선은 지급 규모와 기준에 대한 이견이 실제 파업으로 이어졌고, 삼성전자는 사업부 간 보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노조 조직 재편과 맞물렸다. SK하이닉스는 현금과 주식의 지급 비중을 조정해 임단협을 타결했다.


기업별로 성과급을 둘러싼 쟁점과 교섭 결과는 다르지만, 경영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구성원과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임금협상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향후 노사 교섭에서도 보상 규모뿐 아니라 사업부별 배분 방식과 지급 조건,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함께 고려한 합의안 마련이 주요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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