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철이 끊긴 심야 도쿄…'카카오T'를 켜봤다

박상준 기자 (psj96@dailian.co.kr)

입력 2026.09.27 05:00  수정 2026.09.27 06:04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현지 앱 설치 없이 일본 택시 호출·국내 카드 자동결제

차량호출부터 렌터카·공항정보까지…해외 이동 접점 넓히는 카카오T

도쿄역에서 핫초보리의 숙소까지 카카오T로 콜을 잡아봤다. 앱 화면 캡처.

기자들의 출장이란 으레 비슷하게 흘러간다. 낮에는 열심히 돌아다니며 취재하고, 저녁엔 술자리에서 진탕 마시며 '네트워킹'을 빙자한 간 혹사 시간을 갖는다. 이후 잔뜩 취한 채 숙소로 돌아와 새벽 나절까지 밀린 기사를 마무리하곤 한다.


지난 17일도 다를 바 없었다. 도쿄게임쇼(TGS) 2026 출장차 방문한 일본. 취재가 끝나고 현지 해산물과 신선한 생맥주를 즐기고 있자니 어느덧 자정을 넘겼다. 인사불성인 상태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뿔싸, 전철이 끊겼다. 한국에서도 술만 마시면 꼭 택시를 타는 버릇대로 습관적으로 도쿄역 앞에서 카카오T를 켰다.


'아차 여기 한국 아니지' 되뇌이며 앱을 종료하려던 찰나, 앱이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국가를 한국에서 일본으로 바꾸는 것 아닌가. 심지어 탑승 위치와 주변 정보까지 제법 세밀했다.


본의 아니게 카카오의 세계 진출 현장을 마주하다니. 이미 취했겠다, 괜한 반가움에 이끌려 숙소까지 가는 경로를 검색했다. 마침 도쿄역 인근 핫초보리에 숙소를 잡아 택시로 10여분 정도 소요된다고 나왔다. 예상 요금은 약 2만3000원. 이용 수수료까지 붙은 금액이다.


고작 10분 타고 2만3000원이라니. 일본 택시요금의 악랄함에 갑자기 술이 조금 깼다. '매번 택시만 타서 언제 내 집을 마련할까' 등의 생각도 스쳐 지나간다. 그렇지만 어차피 이번 생에 티끌 모아 내 집 마련은 틀린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신기하지 않은가. 결제는 뭐로 하는지, 배차는 빨리 되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어느새 '호출하기'를 누르고 있다.


호출은 바로 됐다. 배차 요청 20초 만에 택시가 잡혔고 약 3분 뒤 호출 장소에 도착했다. 앱에 뜨는 탑승 확인번호를 기사에게 제시하고 차에 오르는 구조였다.


카카오로 호출해도 이렇게 빨리 택시가 잡힌다는 것이 신기해 기사에게 "평소에도 한국인들이 카카오T로 자주 호출하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예상 밖이었다. 카카오T가 아니라 일본 현지 호출 앱 'GO'를 통해 콜을 받았다고 했다.


호출 3분 만에 택시가 도착했다. ⓒ데일리안 박상준 기자

이용자는 익숙한 카카오T를 쓰지만 그 뒤에서는 현지 플랫폼이 배차를 맡는 셈이다. 낯선 나라에서 별도 앱을 설치하거나 회원가입할 필요가 없다니, 살짝 ‘국뽕’이 차오를뻔 했다.


그렇게 9분 만에 호텔에 도착했다. 만취 상태로 걸어갔다면 30분 정도는 걸렸을 테니 상황에 따라 충분히 선택할 만했다. 특히 출장 중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도쿄의 복잡한 전철 노선을 따라 돌아다니다 보면 '차라리 매일 택시만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결제는 더 간단했다. 한국에서 평소 등록해 둔 카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고 자동결제도 지원됐다. 도쿄 전철은 노선별 결제 수단마저 통일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헤맬 때가 많았는데, 카카오T에서는 적어도 목적지 검색과 결제 때문에 헤맬 일은 없었다. 지갑은 아프지만.


꽤나 비싸긴 하지만 해외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편의성에 대한 비용 지불 정도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앱 화면 캡처
현지 택시 호출부터 렌터카까지…카카오T의 해외 확장

이런 경험은 놀랍게도 일본 외에도 꽤 많은 나라에서 가능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해외차량호출을 유럽·일본·동남아 등 30여개국에서 제공하고 있다. 현지에서 카카오T의 '해외차량호출' 메뉴를 선택하면 한국어로 목적지를 검색하고 국내에서 등록한 결제수단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기사와 주고받는 메시지 번역도 지원한다.


현지 유력 모빌리티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해외에서도 국내에서 쓰던 앱 경험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앱을 내려받아 인증하고 결제수단을 다시 등록할 필요 없이 검색·예약부터 결제까지 카카오T 안에서 마치는 방식이다. 요금이나 분실물 관련 문의도 앱에서 할 수 있다.


현지 택시 호출뿐 아니라 렌터카와 항공권 예약 등의 서비스로도 사업을 넓히고 있다. 해외렌터카 서비스는 일본 도쿄·오사카 주요 공항과 오키나와를 비롯해 괌·사이판, 하와이, 미국 서부, 중국 등에서 제공된다. 이용자는 국가와 대여·반납 장소, 일정을 입력해 차량과 보험 조건, 요금을 비교한 뒤 예약할 수 있다.


다양한 카카오T의 해외 서비스들. 앱 화면 캡처

여행 출발 전 단계도 카카오T 안으로 들어왔다. '인천공항 미리보기'에서는 출입국장 혼잡도와 주차정보, 공항 이동 방법, 편의시설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T 항공에서 예약한 항공권은 자동으로 연동돼 체크인 카운터와 터미널, 탑승구, 운항 상태 등을 보여준다. 다른 곳에서 구매한 항공권도 편명과 날짜를 직접 등록할 수 있다.


공항철도 직통열차도 좌석 지정부터 발권·취소까지 카카오T에서 처리할 수 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시점부터 현지에서 차를 부르고 렌터카를 빌리는 과정까지 하나의 앱에 묶으려는 구상이다. 반대로 국내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별도 플랫폼 '케이라이드(k.ride)'를 통해 역방향의 수요도 받고 있다.


도쿄에서의 9분은 짧았다. 하지만 그동안 카카오T를 그저 '한국에서 택시 부르는 앱' 정도로 생각했던 입장에서는 꽤 낯선 경험이었다. 낯선 도시에서 전철이 끊긴 자정, 평소 쓰던 앱을 켰더니 차가 오고 결제까지 알아서 끝나는 것. 역설적으로 플랫폼의 존재감이 가장 커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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