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다 올랐는데 이제야”…겉도는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9.21 07:03  수정 2026.09.2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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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형보다 리스크 큰 고정형

“저금리 때 놓치고 상투 잡나”

고금리 장기화 기조, 실효성 ‘글쎄’

고금리 기조에 따른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자 금융당국이 장기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뉴시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미국이 3년여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뒤늦게 당국의 대책은 현실성이 떨어질 거란 점에서다.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은 대출 구조상 차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금리를 낮추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거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0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확대 방안 마련을 위해 은행권과 실무 협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앞서 9일 은행별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 현황을 점검했다.


은행에 가계대출 총량이나 자본규제 측면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해 경쟁력 있는 장기 고정형 주담대 상품 출시를 유도한단 계획이다.


지난 7~8월 한은이 2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


여기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3.75~4.0%로 0.25%포인트(p) 인상을 단행했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추가 긴축을 시사한 상태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고정형보다 변동형을 선택하는 차주 비중이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주담대 신규 취급액 가운데 변동형 금리 비율은 68.3%로 1년 전 11.2% 대비 6배 이상 불었다.


당국은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서민·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 고정형 주담대를 마련하겠단 취지다.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 활성화 등을 통해 은행권의 장기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고, 이를 통해 고정금리 대출 이자를 인하하겠다는 구상이다.


커버드본드는 은행이 보유한 주담대·국고채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장기 채권이다.


하지만 현재 경색된 채권시장 여건 등을 감안하면 커버드본드 발행만으로 변동금리와의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앞서 2024년 8월 신한은행이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10년 주기형 주담대 상품 및 지급보증형 커버드본드는 지난해까지도 물량을 모두 소진하지 못했다.


시장에선 결국 고정금리를 얼마나 낮게 책정할 수 있냐가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일부 은행에서 취급하는 10년 고정형 주담대는 6개월 변동형 대비 금리가 최대 1%p 높다.


통상 만기가 긴 장기 대출은 향후 금리 변동에 따른 은행권 리스크가 큰 편이다.


장기 고정금리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가산금리로 반영할 경우, 고정금리는 단기 변동금리보다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소위 ‘영끌’ 대출로 집을 마련해 이자 내기가 벅찬 차주들이 미래 추가 금리 인상 위험을 피하려 당장의 이자 부담이 더 큰 고정형 상품으로 갈아탈지 미지수다.


향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고정형 대출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금리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변동형 대비 고정형 주담대가 유리한지 차주들이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시기적으로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준금리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차주들을 장기 고정금리로 묶어두는 것은 자칫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1~2년 내 거시경제 상황이 바뀌어 금리 하락 기조로 돌아설 경우, 비싼 고정금리로 갈아탄 차주들은 꼼짝없이 고금리 덫에 갇히게 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더 낮은 금리, 더 많은 한도,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과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 차주들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나 많아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금리 수준만으로 유리한지를 따지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 고정형 주담대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권 총량 관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금리 경쟁을 통해 고객 유치에 나설 유인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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