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저커버그·머스크, 트럼프 움직였다…‘AI 규제기구’ 결국 무산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입력 2026.09.18 07:17  수정 2026.09.1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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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잇따라 개별 접촉…"지금처럼 최소 규제해야"

오픈AI·앤트로픽·구글 중심 규제기구에 "권력 집중" 우려

백악관 내부도 충돌…와일스·배선트는 감독 강화 요구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등 미국 기술업계 거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설득해 인공지능(AI) 규제기구 설립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황 CEO와 저커버그 CEO, 머스크 CEO는 최근 몇 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각각 대화하며 AI 업계에서 추진되던 민간 주도 규제기구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취하고 있는 이른바 '최소 규제' 방식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고 결국 규제기구 설립 구상은 제동이 걸렸다.


논의됐던 기구는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과 비슷한 형태다. 정부가 직접 AI 기업을 통제하기보다 업계가 자금을 대는 독립 기구를 만들어 AI 안전 기준을 정하고 기업들이 이를 지키는지 감독하는 방식이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이 같은 구상을 제안했고 오픈AI와 앤트로픽 등도 AI 개발 속도를 조절하고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황 CEO와 저커버그 CEO, 머스크 CEO 측은 이런 기구가 만들어지면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등 AI 선두 업체들에 영향력이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기구의 임원과 구성원을 누가 결정하느냐에 따라 경쟁사들이 사실상 업계의 규칙을 만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 규제를 둘러싼 갈등은 백악관 내부로도 번지고 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콧 배선트 재무장관, 숀 케언크로스 국가사이버국장 등은 AI가 사이버 공격과 생물학적 위협 등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감독 강화를 추진해왔다. 반면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장 등은 규제가 미국의 AI 개발 속도를 떨어뜨려 중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며 최소 규제를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후자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최근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AI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규제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이를 반기는 것은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4일에는 행사 도중 황 CEO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AI 위험론을 공개적으로 일축하기도 했다.


AI 업계의 균열도 뚜렷해지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허사비스 CEO 등은 AI 능력이 빠르게 향상되는 만큼 공동 안전기준과 일정 수준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반면 황 CEO와 저커버그 CEO는 안전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규제기구를 만드는 방식에는 부정적이다.

특히 이번 논란은 단순한 'AI 규제 찬반'을 넘어 누가 AI의 규칙을 만들 것인지를 둘러싼 빅테크 간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AI 안전을 명분으로 업계 공동 규칙을 만들자는 기업들과 그 규칙 자체가 일부 선두 기업의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보는 기업들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미국의 AI 규제 방향을 둘러싼 갈등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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