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업체 동원해 모듈러교실 1293억 원 규모 입찰담합…교장 관여도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6.09.14 16:20  수정 2026.09.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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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업체 간 가격 담합·들러리 입찰 등 확인

일부 학교 검수 부실도 지적…공정위·경찰 등 이첩

이명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 브리핑실에서 전국 13개 지역 33개 초·중·고등학교 대상 모듈러교실 계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초·중·고교에 설치되는 모듈러교실(임시교실) 입찰 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가격을 담합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입찰을 진행한 정황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다.


14일 권익위에 따르면 가족·친족 관계에 있는 대표와 임원들이 운영하는 A·B 모듈러교실 업체는 2022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전국 학교와 총 99건의 모듈러교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A업체는 B업체 등과 사전에 가격을 조율해 입찰가격을 고의로 높이거나 낮추는 방식으로 담합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간 가격을 미리 조정해 특정 업체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입찰 경쟁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이 직접 입찰 과정에 관여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들 학교는 A·B업체 등이 제시한 견적가격만을 반영해 제안가격을 산정한 뒤, 실제로 경쟁하기 어려운 업체들을 입찰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들러리를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권익위가 추정한 담합 관련 계약 규모는 A업체가 76건, 약 1000억원, B업체가 23건, 약 293억원으로 총 99건, 약 1293억원에 달한다.


모듈러교실에 대한 교육기관의 검수 과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서에는 모듈러교실 사용 전에 실내 공기질을 2회 이상 측정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업체가 비용을 부담해 실내 공기질 측정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는 검사를 받는 업체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에서는 측정 결과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이번 사건을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청, 조달청, 시·도교육청 등에 이첩했다. 관계 기관들은 이첩받은 내용을 토대로 담합 여부와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다.


이명순 권익위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입찰담합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시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중대 범죄행위"라며 "모듈러교실은 학생과 교사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돼 있으므로 엄정한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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