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계열사서 품질·수요예측 등에 AI 적용…일부 프로젝트 수백억원 비용 절감
제조·과학·금융 '전문가 AI' 외부 사업화 확대…해외 제약사·병원 등 수요
태뷸러·자율 실험실·로봇 AI로 확장…"그룹 경쟁사도 고객 될 수 있어"
임우형 LG AI 연구원 공동원장.ⓒLG
LG가 그룹 산업 현장에서 효과를 검증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외부 기업으로 본격 확장한다. 품질 검사와 수요·원재료 가격 예측 등에 AI를 적용해 일부 프로젝트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데 이어, 제조·과학·금융 분야의 '전문가 AI'를 B2B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LG 계열사와 경쟁 관계인 삼성전자도 향후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LG AI연구원은 14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LG AI 토크 콘서트 2026'을 열고 제조·금융·과학 분야에 특화한 전문가 AI와 산업 적용 사례를 공개했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좋은 AI 모델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산업 현장에서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LG AI 연구원의 미션"이라며 "산업 현장에는 수많은 변수와 단 1%의 예외까지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AI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G가 말하는 전문가 AI는 범용 생성형 AI처럼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에서 실제 생산성과 비용, 품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AI다. LG AI연구원은 AI의 경쟁 기준도 단순한 모델 성능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 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LG 내부서 성과 검증…수백억 절감한 AI 외부로
특히 이날 현장 질의응답에서는 AI 적용에 따른 구체적인 경제적 효과가 공개됐다. LG AI연구원은 지난 5년간 LG 계열사와 함께 품질검사, 제품 수요 및 원재료 가격 예측 등 다양한 산업 현장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그중 수백억원 단위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LG는 이처럼 계열사 현장에서 먼저 검증한 AI를 다른 산업으로 확장해 상품화할 계획이다. 대표 사례인 '엑사원 태뷸러(EXAONE Tabular)'는 이미 외부 기업에서도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AI연구원 측은 제약사와 병원, 에너지 기업 등을 예로 들며 외부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보안을 중시하는 기업에는 내부 구축형으로, 해외 고객 등에는 클라우드 기반 API 방식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병행할 계획이다.
LG 계열사와 직접 경쟁하는 기업도 고객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기업에도 AI 기술을 공급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LG AI연구원 측은 "삼성이 원하면 당연히 충분히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국내 기업이 LG의 AI를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산업 데이터와 경험을 다시 AI 고도화에 활용하는 선순환이 국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공장 데이터 읽고 불량 예측…자율형 공장까지
연구원측은 구체적으로 제조 분야에서는 공정 조건과 품질 데이터를 분석·예측하는 엑사원 태뷸러와 공정 및 제품 외관이 달라져도 재학습 없이 검사할 수 있는 '엑사원 옴니 인스펙트(EXAONE Omni-Inspect)'를 소개했다. 엑사원 태뷸러는 공장에 쌓이는 온도·압력·공정 조건·품질 검사값 등 정형 데이터 간 관계를 분석해 불량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최적 생산 조건을 찾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제품 하나에 수백개의 변수가 얽혀 사람이 일일이 분석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AI가 읽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옴니 인스펙트는 기존 제조 AI의 재학습 부담을 줄였다. 기존 기술은 새 제품이나 생산 공정이 추가될 때마다 초기 데이터를 다시 확보하고 모델을 재학습해야 했던 반면, 옴니 인스펙트는 검사 대상이 달라져도 이미지와 프롬프트를 이용해 적용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데이터 샘플링과 라벨링, 모델 학습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해 새로운 공정에도 빠르게 대응한다. LG AI연구원은 이를 연내 실제 검사 공정에 적용할 예정이다.
LG가 바라보는 최종 단계는 '자율형 공장'이다. AI가 개별 공정의 불량이나 생산조건을 판단하는 수준을 넘어 공장 전체 상태를 이해하고 생산 목표와 품질 기준에 맞춰 로봇과 검사 설비를 스스로 운영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상황을 판단해 직접 행동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LG전자 등 그룹의 제조 역량과 LG이노텍의 센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등 하드웨어 역량에 LG AI연구원의 AI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14일 LG AI 토크 콘서트 2026에서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과 조지 카메론 아티피셜 어낼리시스 공동 창립자가 대담을 하고 있는 모습.ⓒLG
후보 42만개 하루 만에 분석…AI가 실험도 스스로
과학 분야에서는 신약·신소재 개발에 필요한 시행착오와 연구 기간을 AI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엑사원 디스커버리(EXAONE Discovery)'는 축적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탐색·설계하고 합성 결과를 예측한다.
LG생활건강과의 공동 연구에서는 42만개가 넘는 후보물질을 AI로 검토해 단 하루 만에 탈모 관련 후보물질인 '람시딜(Rhamsydil)'을 찾아냈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소재 하나를 개발하는 데 약 22개월이 걸리는 것과 비교해 후보 탐색 시간을 크게 줄였다. 해당 물질은 현재 제품화를 준비하고 있다.
LG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AI가 직접 다음 실험까지 결정하는 'AI 자율 실험실'을 구축한다. 소재 개발 파운데이션 모델이 새로운 물질의 합성 결과를 예측하면 로봇팔과 자동화 장비가 실제 실험을 수행한다. 실험 결과는 다시 AI가 학습하고, AI가 다음 실험을 스스로 설계한다.
기존 실험 자동화가 사람이 정해둔 절차를 로봇이 반복하는 수준이었다면, 자율 실험실에서는 어떤 실험을 할지까지 AI가 판단한다는 점이 다르다. LG AI연구원은 반복 실험을 AI와 로봇에 맡기고 연구자가 새로운 가설 설정이나 문제 발굴 등 창의적인 연구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금융은 '맞히는 AI' 넘어 '설명하는 AI'
금융 분야에서는 예측 정확성뿐 아니라 '왜 이런 전망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있는 AI를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올해 초 정식 출시한 '엑사원 BI(EXAONE Business Intelligence)'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업해 데이터 분석부터 추론·예측·설명까지 수행하는 금융 특화 AI 솔루션이다.
한국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약 8000개 기업을 매일 분석해 향후 4주 동안의 주가 흐름을 예측하고, 판단의 근거까지 금융 전문가 수준의 형식으로 제시한다. LG AI연구원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코스콤과는 국내 금융시장 대상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 AI의 기반인 '엑사원 포어캐스트(EXAONE Forecast)'는 실제 데이터 250억개와 가상 생성 데이터 2조개를 학습해 시간에 따른 추세와 변동성, 구조적 변화 등을 분석·예측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LG는 이처럼 범용 AI의 성능 경쟁에 머물지 않고 제조·과학·금융 등 산업 현장의 전문 지식과 데이터를 결합해 실제 성과를 내는 AI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임 공동 연구원장은 "LG는 지난 6년 동안 AI가 산업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왔으며, 이제 그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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