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인건비 뛰며 명목 매출만 증가…“실제 수익성은 악화”
2024년 1억400만원으로 한 차례 상향…2억원 확대 요구
세수·형평성·제도 취지까지 쟁점…업종별 기준 필요성도 제기
ⓒAI로 생성한 이미지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간이과세 적용 기준을 현실에 맞게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고물가로 명목상 매출은 늘었지만 각종 영업비용이 함께 뛰면서 실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소상공인연합회 디지털교육센터에서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과 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현안과 정책 과제를 정부에 건의했다. 그중에서도 연합회는 현행 1억400만원 미만인 간이과세 적용 기준을 최대 2억원까지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간이과세는 매출 규모가 작은 개인사업자의 부가가치세 부담을 덜고 납세 편의를 높이기 위해 1996년 도입된 제도다. 일반과세자보다 단순화된 방식으로 부가가치세를 산정해 영세 사업자의 세 부담과 신고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외식업계가 간이과세 기준 상향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높아진 영업비용 부담이 있다. 외식업은 식재료비와 인건비 등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매출이 늘더라도 실제 수익이 같은 폭으로 증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음식 가격 인상으로 매출액 자체는 커졌지만 식재료비와 인건비, 임차료 등 주요 영업비용도 함께 증가했다는 것이다. 배달앱 수수료와 배달비, 포장용기 비용, 전기·가스요금 등 각종 공과금까지 더해지면서 외식업체가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체의 영업비용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6.7%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2.1%에서 8.7%로 떨어졌으며, 전체 비용에서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36.3%에서 40.7%로 높아졌다.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도 치솟았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2021년 8720원보다 18.3% 올랐다. 서울 지역 소규모 상가 임대료 역시 같은 기간 ㎡당 4만9400원에서 5만2800원으로 6.9% 상승했다.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영업비용이 전반적으로 올라간 셈이다.
이 때문에 외식업계에서는 연매출이 1억원을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영상황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재료비와 인건비 상승분을 메뉴 가격에 반영할 경우 판매량에 큰 변화가 없어도 명목상 매출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지난 7일 간담회를 통해 현재 소상공인의 경영상황을 ‘한계상황’으로 진단했다. 지난 7월 소상공인 체감 경기지수가 55.6포인트까지 떨어졌고 평균 부채액은 1억7000만원을 넘어섰다며 세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물가와 인건비 등 비용은 크게 올랐는데 간이과세 기준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의 수혜 대상을 현재 경제 여건에 맞게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2020년 대비 2025년 소비자물가가 16.6%, 최저임금이 16.8% 각각 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물가와 인건비 상승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간이과세 기준도 약 30% 수준으로 상향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 종각역 일대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 간이과세 2억원 확대…거래 투명성 약화 우려
다만 간이과세 기준을 곧바로 2억원까지 높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2024년 7월 적용 기준을 기존 연매출 8000만원 미만에서 1억400만원 미만으로 이미 한 차례 높인 상황에서 다시 2억원까지 상향할 경우 적용 대상과 세제 혜택 범위가 단기간에 확대되기 때문이다.
최인용 가연세무법인 대표 세무사는 “외식업 현장이 어려운 것은 맞다. 인건비와 식재료비는 계속 오르고 임대료 역시 줄어드는 비용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렇다고 간이과세 기준을 2억원까지 높일 경우 대상자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쟁점은 거래 투명성이다. 간이과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사업자가 현금 결제를 유도하거나 매출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기준금액을 넘지 않으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 기준선에 근접한 사업자일수록 매출을 낮게 신고하려는 동기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가맹점의 거래 방식이 본사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가맹점이 세금계산서를 받는 대신 현금 결제나 공급가격 인하를 요구할 경우 가맹본부와 식자재 공급업체의 거래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부가가치세는 사업자들이 거래 과정에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도록 해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일반과세자는 사업에 필요한 물품이나 식재료 등을 구입하면서 부담한 부가가치세를 매입세액으로 공제받기 위해 세금계산서 등 거래 증빙을 챙긴다.
예컨대 음식점이 식자재를 공급가액 1000만원에 구입하면서 부가가치세 100만원을 냈다면, 세금계산서 등 적격 증빙을 통해 이 금액을 향후 납부해야 할 부가가치세에서 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공급자와 구매자의 거래 내역이 함께 신고된다.
반면 간이과세자는 일반과세자와 세액 계산 및 매입세액 공제 방식이 다르다. 간이과세자는 애초에 내야 할 부가가치세를 적게 계산하는 대신, 매입 과정에서 낸 부가가치세를 빼주는 범위도 적다. 쉽게 말해 간이과세자는 ‘적게 계산하고 적게 빼주는 방식’에 가깝다.
이 때문에 간이과세 대상이 크게 늘어날 경우 일부 사업자를 중심으로 세금계산서를 적극적으로 수취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현금 거래나 매출 누락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세무업계의 우려다.
최인용 세무사는 “부가가치세와 세금계산서 제도는 거래를 투명하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라며 “실제 과거 한 외식 프랜차이즈 A사의 경우 일부 간이과세 가맹점들이 세금계산서 수취를 꺼리면서 본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현금 결제나 가격 인하 요구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각역 일대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 간이과세가 무조건 유리?…“사업자별로 달라”
간이과세가 모든 외식업 사업자에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 신규 음식점처럼 인테리어나 주방설비 등에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경우 일반과세자로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는 편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예컨대 시설에 공급가액 2억원을 투자했다면 이에 붙은 부가가치세를 요건에 따라 공제·환급받을 수 있어 사업자의 비용 구조에 따라 간이과세가 반드시 절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간이과세 기준 자체를 경제 여건에 맞게 조정할 필요성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물가와 영업비용이 오른 만큼 일정 수준의 기준 현실화는 검토할 수 있지만, 현행 1억4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단번에 확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그렇다고 외식업의 높은 원가 부담을 반영해 업종별로 간이과세 기준을 달리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간단하지 않다. 실제 영위하는 사업과 세법상 업종 분류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데다 업종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경우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외식업계의 비용 부담을 세제에 어느 수준까지 반영할 것인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명목 매출 증가만으로 영세성을 판단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간이과세 대상의 과도한 확대가 거래 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적정한 기준을 찾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인용 가연세무법인 대표 세무사는 “월 매출 1000만원 안팎의 사업자는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실제 남는 소득이 많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이런 영세 사업자를 고려해 간이과세 기준을 일정 수준 현실화하는 논의는 가능하다”면서도 “2억원까지 일괄 상향하거나 업종별로 별도 기준을 두는 방식은 적용 대상 확대와 업종 분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특히 최근 가맹점주단체의 협의 요구를 강화하는 제도 개편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간이과세 대상까지 크게 늘어나면 소규모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의 거래 관련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도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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