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법인 4곳에 대한 지급보증 규모만 1450억
'4400조' 기대되는 무슬림 신도 소비 시장 공략
현지 치카랑 단지 할랄 전용 생산 시설 구축 속도
대웅제약 사옥 전경 ⓒ대웅제약
대웅제약이 '할랄 시장'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적자 법인에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한다. 최근 무슬림 국가들은 의약품, 의료기기의 전체 생산 과정까지 종교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약 20억명에 달하는 전 세계 무슬림 신도들의 소비 규모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할랄 전용 생산 공장 등을 구축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 위함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 줄기세포 생산법인 '대웅 바이오로직스 인도네시아(PT Daewoong Pharmaceutical Indonesia)'가 씨티은행 홍콩지점 등 2개 은행을 통해 약 711억원(4500만유로)를 대출 받는 과정에서 지급 보증을 섰다. 이달 기준 대웅제약이 인니 법인 대출에 서준 지급보증 잔액은 1422억원까지 불어났다.
확보한 자금은 현지 생산 시설을 보강하는 데 활용된다. 상반기 기준 인니 법인 4곳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227억원이다. 아직 현지 생산 및 판매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은 까닭이다. 통상 제약 바이오 공장은 대규모 초기 투자가 불가피하다. 오히려 공장이 완공된 뒤로는 매년 감가상각비가 발생한다. 공장에서 나온 수익이 회계상 비용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수년간 손실이 불가피한 셈이다.
손실을 감수하는 배경에는 '할랄 시장'이 있다. 이슬람 교리는 무슬림 신도들에게 돼지고기, 알코올 등 '하람'으로 규정된 행위나 대상을 금지한다. 최근 하람의 규정 범위는 식음료를 넘어 의약품이나 화장품까지 넓어지는 추세다. 알약 캡슐에는 빈번하게 돼지 유래 젤라틴 성분이 쓰인다. 의약품 정제 과정에서도 자주 알코올이 쓰인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니는 종교 규제 강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 이슬람을 믿는 사람 자체도 많다. 현지인 10명 중 9명이 무슬림 신도일 정도다. 그런 만큼 인니 할랄청은 2029년까지 관련 법규에 따라 일반의약품(OTC), 건강기능식품까지 할랄 인증을 필수적으로 명시하게 했다. 차례로 2034년에는 전문의약품(ETC), 의료기기까지 인증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규제 범위는 단순히 완제 의약품에 하람 성분이 남아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의약품 제조 공정의 보조제나 공장의 생산 라인 세척제까지 전방위 검증을 실시한다. 무슬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할랄 전용 생산 공장을 별도로 구축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인니 시장을 교두보로 할랄 시장을 뚫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컨설팅 업체 디나르스탠다드의 이슬람 경제 현황 보고서(SGIER)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할랄 의약품 소비 지출 규모는 약 8조7000억원(63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무슬림 소비자 지출은 2028년 4400조원(3조3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대웅제약은 인니 현지에 4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은 건 2005년 자카르타 지사를 전신으로 두는 직접 판매 법인이다. 이후 현지 제약사 인피온과 함께 합작사(JV) 형식으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생산 법인 '대웅인피온(PT Daewoong Infion)'을 설립했다.
미래 성장 동력인 메디컬 에스테틱(의료 미용) 거점도 마련했다. 대웅제약은 2021년 재생의료 시장을 겨냥한 대웅 바이오로직스 인도네시아를 설립했다. 줄기세포 등 세포치료제를 통해 피부 미용 효과를 보는 재생 에스테틱 사업을 활성화하는 차원이다. 간판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생산 법인인 '셀라톡스 바이오파마(PT Selatox Bio Pharma)'를 설립한 건 바로 다음 해다.
이미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는 할랄 인증을 취득한 바 있다. 대웅인피온은 대표적으로 적혈구생성인자 제제 '에포디온'의 할랄 인증을 취득했다.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 '이지에프외용액'도 규제 기관으로부터 현지 판매 허가와 함께 할랄 인증을 받았다.
최근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치카랑 공업단지 내 생산 시설 역시 할랄 인증에 대비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내년 7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적합판정(GMP) 승인을 목표로 할랄 전용 '고형제 스마트팩토리'를 짓고 있다. 줄기세포 분야에서도 현지 최초 할랄 인증 줄기세포 확보를 목표로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인구 자체도 많지만, 동남아 의료 및 제약 시장에서 기준국 역할을 하는 핵심 시장이기도 하다”라며 “단일 국가가 아닌 해외 생산과 사업 확장의 거점으로 보고 안정적인 현지 의약품 생산과 공급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할랄 기반 공장 역시 향후 다양한 시장 확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