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서 1위…MBK·영풍 측 추천으로 이사회 합류
"국민연금, 독자적 판단 기준·역량 갖춰야"
"추천받았지만 고려아연 전체 주주 위해 독립 판단"
심혜섭 고려아연 신임 독립이사. ⓒ심혜섭 이사
9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 1위로 이사회에 입성한 심혜섭 이사가 의결권 자문사들의 판단이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혜섭 이사는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총 직후 데일리안 기자와 만나 고려아연 측 후보에 찬성을 권고한 의결권 자문사들의 판단에 대해 "의결권 자문사들이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집중투표를 통한 이사 4인 선임과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인 선임 등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표 대결이 진행됐다.
그 결과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추천한 심 이사와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고려아연 측 후보인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3·4위로 선임됐다. 심 이사는 이날 집중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으며 이사회에 입성했다.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선임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백인규 후보가 찬성률 81.8%를 얻어 선임됐다.
반면 MBK·영풍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는 찬성률 27.93%에 그치며 선임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최윤범 회장 측은 감사위원 1석을 확보하며 이사회 주도권을 지켜냈다.
앞서 주총을 앞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판단은 고려아연 측에 기울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한 주요 자문사 9곳 가운데 8곳이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백인규 감사위원 후보의 선임에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MBK·영풍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대 의견을 냈다. 자문사들은 백 후보의 회계·감사·내부통제 분야 전문성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집중투표로 선임하는 독립이사 후보에 대해서도 자문사별 판단이 엇갈렸다. 이건존스 프록시서비스는 고려아연 측 이형규·서은숙 후보에 찬성을, MBK·영풍 측 심혜섭·이준봉 후보에 반대를 권고했다.
심 이사는 이 같은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지배주주가 있고 이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는 특수성이 있다"며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결권 자문사들이 기존 판단 기준에 따라 안건을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심 이사는 "과거의 방식대로 판단하거나 몇 가지 단순한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것보다 오히려 더 뛰어난 판단을 스스로 내릴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 기존 방식대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큰 만큼 판단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 이사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주주들이 자문사 의견을 사실상 주요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자문사의 판단이 주주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도 큰데 그에 걸맞은 깊이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안건과 후보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이사는 "어떤 후보가 더 적합한지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그 근거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연금이 소신 있게 판단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감사위원 후보인 백인규·박유경 후보 모두에게 찬성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심 이사는 "내년부터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는 기업들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며 "안건과 후보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이사가 MBK·영풍 측 추천으로 이사회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향후 이사회 내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심 이사는 특정 주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보다 고려아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영풍과 MBK의 추천을 받아 이사가 된 것은 맞지만 결과적으로는 고려아연 전체 주주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며 "최윤범 회장도 주주이기 때문에 결국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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