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합치나” 답 없는 4개 항만공사 통합…15년 전에도 ‘효과 미미’

장현일 기자 (hichang@dailian.co.kr)

입력 2026.09.07 10:56  수정 2026.09.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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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연구서 통합 절감효과 연 50억원…“효과 미미” 결론

정부는 통합부터 발표, 편익 분석은 뒤늦게…“정책 순서 뒤바뀌어”

IPA 사옥 전경 ⓒ IPA 제공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하나의 통합 항만공사(PA)로 묶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항만 현장을 중심으로 정책 타당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4개 PA 노동조합은 정부가 통합에 따른 효율성과 경쟁력 향상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조직 개편부터 결정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7일 인천항만공사(IPA) 등 4개 PA 노조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4개 PA의 연계를 강화하고 기관 간 과당경쟁을 줄이는 한편 해외사업과 공동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측은 통합의 필요성을 입증할 객관적인 분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노조는 특히 15년 전에도 사실상 동일한 통합 방안이 검토됐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2011년 국토해양부가 중앙대에 의뢰해 수행한 ‘PA 운영 개선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에서는 4개 PA사를 통합할 경우 예상되는 비용 절감 효과가 연간 약 50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연구는 통합에 소요되는 행정적 비용과 조직 개편에 따른 부담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가상의 통합 PA 역시 기존 기관보다 효율성이 높지 않았으며, 오히려 항만공사 간 효율성이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까지 제시됐다.


결국 당시 정책 검토에서는 조직을 물리적으로 하나로 합치기보다는 현행 체계를 유지하면서 기관 간 협력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현재 정부가 다시 통합 카드를 꺼내면서 논란이 재점화된 것이다.


더욱이 노조는 정책 결정의 순서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통합 계획을 먼저 발표한 뒤 재정경제부가 다음 날인 4일 통합에 따른 편익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노조 측은 이를 두고 “효과를 분석한 뒤 통합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통합을 결정하고 효과를 찾는 방식”이라며 정책 추진 과정 자체가 뒤바뀌었다고 비판했다.


항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조직 통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항과 인천항, 울산항, 여수광양항은 취급 화물과 배후산업, 물류권역, 주요 고객은 물론 개발 전략까지 서로 다르다.


항만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산업·물류 환경에 맞춘 전문성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PA 제도 자체가 지역별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점도 통합 논란의 핵심이다.


PA는 중앙정부 중심의 획일적인 항만관리에서 벗어나 개별 항만이 자체적인 개발과 운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설립됐다. 따라서 단순한 조직 통폐합 논리만으로 제도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제시한 통합 방식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통합 이후 기존 PA를 지역지사로 전환하고 통합본사가 개발·운영·관리·물류·마케팅 등의 주요 기능을 맡게 된다면 지역 조직의 역할이 어디까지 남게 될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핵심 기능을 기존 지역조직이 계속 수행한다면 통합본사가 추가되면서 의사결정 구조만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측은 이를 자칫 ‘효율화를 위한 통합’이 아니라 조직 위에 조직을 얹는 옥상옥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물리적 통합 없이도 정부가 기대하는 공동사업은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외 공동거점 구축과 공동 마케팅, 정보시스템 연계, 중복투자 방지, 교육·연구 분야 협력 등은 현행 4개 PA 체제에서도 협업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정부가 이런 대안보다 되돌리기 어려운 물리적 통합을 먼저 선택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항만 경쟁력은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조 측은 일본 고베항의 사례를 들며 항만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과거의 물동량과 위상을 되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4개 PA 노동조합은 정부에 통합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객관적인 검증 절차부터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통합으로 실제 인력과 비용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뿐 아니라 항만 물동량과 경쟁력, 해외사업, 선사·화주 서비스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물리적 통합이 현행 체제의 협력 강화보다 실질적으로 우월하다는 점도 정부가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해양수산부에 대해서도 항만정책 주무부처로서 지역별 항만의 특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통합의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회 역시 항만공사법 개정 과정에서 PA 설립 취지와 국가 항만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통합 논란의 핵심은 ‘4개 기관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하나로 만드는 것이 실제로 국가 항만 경쟁력에 도움이 되느냐’에 있다는 지적이다.


15년 전 통합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던 만큼 정부가 조직 통합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객관적인 비용·편익과 항만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공개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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