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항만공사 왜 합치나”…정부 통합안에 항만 현장 ‘정면 반발’

장현일 기자 (hichang@dailian.co.kr)

입력 2026.09.03 14:32  수정 2026.09.0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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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비용 절감 효과부터 입증해야”…조직·시스템 통합 비용도 검증 요구

IPA 사옥 전경 ⓒ IPA 제공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전국 주요 항만공사(PA)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항만 현장에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해당 항만공사 노동조합들은 정부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통합 방안을 일방적으로 확정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별 산업구조와 항만 기능이 다른 상황에서 하나의 조직으로 묶을 경우 오히려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항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3일 국무총리 주재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4개 항만공사의 통합 추진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내세운 통합의 핵심 명분은 항만 간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해운·물류 환경 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한편, 공통업무를 통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만공사 노조들은 항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부산항은 글로벌 컨테이너·환적 거점이고 인천항은 수도권 소비·물류와 중국 교역의 관문 역할을 한다.


울산항은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 물류항이며 여수·광양항은 철강과 석유화학 등 국가기간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각 항만이 담당하는 화물과 주요 고객, 배후산업이 다른 만큼 운영 전략도 달라야 하는데 이를 하나의 조직에서 일괄적으로 결정할 경우 지역별 현장 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논리다.


특히 항만산업은 선사 유치와 물동량 확보, 터미널 운영, 배후단지 개발 등 신속한 판단이 중요한 분야인 만큼 중앙 조직의 승인 절차가 늘어나면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노조는 정부가 주장하는 ‘수요자 중심 서비스’와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항만의 실질적인 이용자인 선사와 화주, 터미널 운영사, 물류기업 등의 요구를 가장 가까이에서 파악하고 대응해 온 것은 각 지역 항만공사인데, 조직을 통합해 의사결정 권한을 중앙에 집중시키는 것이 오히려 현장 서비스의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4개 기관에 공통 업무가 일부 존재하더라도 공동구매와 시스템 연계, 업무 공동화 등으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만큼 법인 자체를 합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실제 과거에도 항만공사 통합 논의가 있었지만 물리적인 통합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노조는 당시 검토 과정에서 통합에 따른 조직 비대화와 의사결정 지연 등의 문제가 제시됐던 만큼 정부가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통합 추진의 근거가 되는 객관적인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노조는 기관별 중복 업무의 규모와 현재 발생하는 비용, 통합 이후 예상되는 절감액은 물론 조직개편과 인사제도 조정, 정보시스템 통합 등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비용·편익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만공사 제도의 도입 취지를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지역별 항만의 특성과 산업적 여건을 반영한 전문적인 운영을 위해 항만공사 체제가 구축됐는데, 이를 다시 하나의 거대 조직으로 통합하는 것은 지방 분권과 전문성을 강화해 온 그동안의 정책 방향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노조는 철도 분야의 공공기관 통합 사례와 항만공사 통합을 동일하게 비교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코레일과 SRT가 동일한 철도망과 고속철도 여객시장을 기반으로 경쟁해 온 것과 달리 4개 항만공사는 출발점부터 지역과 산업적 역할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노조들은 법인 통합보다는 항만 간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국가 차원의 항만정책 조정은 중앙정부가 담당하되 각 항만의 투자와 운영, 고객 대응 등은 지역 항만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은 정부에 통합 방침 철회와 함께 구체적인 추진 근거 공개, 항만업계와 지역사회의 충분한 논의를 요구했다.


정부가 통합을 강행할 경우에는 항만·물류업계와 시민사회, 지역사회 등과 연대해 대응하고 관련 법 개정 과정에서도 통합 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기관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곧 효율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항만마다 다른 산업과 물류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통합은 오히려 국가 해양물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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