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밖 잠재 이용자까지…연예계가 주목한 새로운 홍보 창구
팔로워·조회수부터 콘텐츠 성격까지…달라진 행사 초청 기준
기사는 맥락, 릴스는 확산…같은 현장서 서로 다른 역할
영화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드라마 제작발표회, 가요 쇼케이스 등 기존 언론이 중심이던 연예 현장에 인스타매거진의 참여가 늘고 있다. 홍보업계는 작품과 아티스트를 새로운 이용자에게 알리기 위해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매거진을 현장에 초청하고 있다.
인스타매거진은 기존 기사나 인터뷰와는 다른 방식으로 현장을 콘텐츠화한다. 유행하는 밈이나 챌린지를 연예인과 함께 재현하거나 짧은 인터뷰와 현장의 순간을 릴스로 제작해 빠르게 확산시킨다. 공식 SNS나 기존 연예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작품과 아티스트를 젊은 이용자에게 노출하는 새로운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의 참여가 늘면서 현장 운영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정된 공간에 어떤 계정을 초청할 것인지부터 기존 사진·영상 취재진과 다른 촬영 방식과 동선을 어떻게 조율할지, 연예인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콘텐츠를 어디까지 진행할지 등 이전에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살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암살자들’을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한 화면ⓒ인스타그램
초청 기준은 홍보사와 행사마다 다르다. 작품이나 아티스트와 콘텐츠 성격이 맞는지, 게시물의 조회수와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가 하면 일정 팔로워 수를 기준으로 대상을 추리는 경우도 있다.
홍보 관계자 B씨는 "요즘 인스타매거진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모든 곳을 부르기는 어렵다"며 "팔로워나 조회수뿐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주로 만드는지 등을 보고 행사와 잘 맞는 곳인지 판단한다. 행사 규모에 따라서는 현실적으로 팔로워 수를 기준으로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홍보업계가 인스타매거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 편의 영화가 개봉한다고 가정하면 배급사나 영화 공식 SNS를 팔로우하는 이용자는 이미 영화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 반면 패션과 음악, 연예, 라이프스타일 등을 두루 다루는 인스타매거진에는 반드시 영화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유행과 인물에 관심을 가진 이용자들이 모여 있다. 이들의 피드에 배우의 짧은 인터뷰나 현장 영상이 노출되면 작품을 몰랐던 이용자에게까지 자연스럽게 영화가 소개된다. 이미 관심 있는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아직 관심을 갖지 않은 잠재 관객에게 작품을 발견하게 하는 창구가 되는 셈이다.
홍보 관계자 B씨는 "영화사나 배급사 계정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영화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인스타매거진은 패션이나 연예, 트렌드 등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콘텐츠가 노출된다. 기존 홍보 채널만으로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작품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인스타매거진을 활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예매율이나 음원 성적처럼 직접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홍보업계에서는 작품이나 아티스트를 기존 팬덤 밖의 이용자에게 널리 알리고, 온라인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두고 인스타매거진을 활용하기도 한다.
B씨는 "인스타매거진에 콘텐츠가 올라갔다고 해서 예매율이 얼마나 올랐는지까지 보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작품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노출되고 작품이나 배우를 알리는 데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요계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팬덤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아티스트 공식 계정과 달리 인스타매거진을 활용하면 해당 가수를 잘 모르는 이용자에게까지 콘텐츠가 도달할 가능성이 생긴다. 특히 신인이나 아직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은 아티스트에게는 새로운 이용자와 접점을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요 소속사 관계자 C씨는 인스타매거진의 홍보 효과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기존 언론과는 역할이 다르다고 바라봤다. 그는 "인스타매거진은 평소 우리 아티스트를 찾아보지 않던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노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다"면서도 "기존 매체가 인터뷰나 취재를 통해 아티스트와 음악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면 인스타매거진은 짧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관심을 끌어오는 마케팅 채널에 가깝다고 본다. 애초에 타깃과 기대하는 역할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홍보 현장에서도 두 채널에 기대하는 역할에는 차이가 있다. 기사와 인터뷰가 작품이나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와 맥락을 전달한다면 인스타매거진에는 짧은 시간 안에 관심을 끌고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행사에 초청되더라도 서로를 대체한다기보다 각기 다른 이용자층을 겨냥하는 셈이다.
인스타매거진의 활동 영역이 온라인을 넘어 실제 취재 현장으로 확장되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않아도 됐던 부분도 고려하는 상황이 됐다.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기사와 사진으로 '기록하는' 데 익숙한 기존 취재진과 연예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인스타매거진은 필요한 촬영 위치와 시간,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부 현장에서는 정해진 콜타임이나 촬영 순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연예인과 가까운 거리에서 영상을 촬영하면서 다른 취재진의 동선과 시야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여러 곳이 동시에 사진과 영상을 확보해야 하는 행사인 만큼 서로 다른 촬영 방식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세심한 현장 조율이 필요해진 것이다.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촬영이나 콘텐츠 요청에 연예인이 난색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B씨는 "인스타매거진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함께하고 싶은 곳도 많다. 다만 기존 사진이나 영상 취재와 촬영 방식이 다르다 보니 한 공간에서 진행할 때 새롭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생겼다"며 "어느 한쪽을 제한하기보다 서로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현장을 어떻게 운영할지가 새로운 고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현장에서는 기존 사진·영상 취재진과 SNS 콘텐츠 제작자의 촬영 위치나 동선을 구분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어느 한쪽의 취재를 제한하기보다 서로 다른 제작 방식을 고려해 현장을 운영하려는 시도다.
콘텐츠 제작 방식에서도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연예인에게 유행하는 밈이나 챌린지를 요청하는 콘텐츠는 정형화된 인터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끌어내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 반면 여러 인스타매거진이 한 행사에서 같은 연예인에게 비슷한 요청을 하면서 연예인이나 소속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C씨는 "아티스트가 편하게 참여하고 재미있어 하는 콘텐츠라면 회사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팬들이 좋아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면서도 "유행한다고 해서 모든 아티스트에게 같은 것을 요청하기보다는 그 아티스트의 성격이나 상황에 맞는 콘텐츠인지 먼저 생각해줬으면 하는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매거진이 연예 현장에 들어온 것은 기존 취재 방식을 대체했다기보다 새로운 콘텐츠 제작 방식이 하나 더해진 변화에 가깝다. 높은 확산력과 새로운 이용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연예 홍보의 한 축을 차지하기 시작했지만, 기존 매체와는 타깃도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도 다르다. 서로 다른 성격의 콘텐츠 생산자들이 한 공간에 모이게 된 만큼, 각자의 장점을 살리면서 공존할 수 있는 현장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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