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먹는 줄 알았던 심근경색 약…"안정기엔 중단 가능"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8.31 11:55  수정 2026.08.3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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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랑스 무작위 임상시험 6238명 통합 분석

3년 추적 결과 사망·심근경색 등 주요 위험 차이 없어

삼성서울병원 공동연구팀, 국제학술지 ‘란셋’ 발표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관상동맥중재술(스텐트 삽입)을 시행 중인 한주용 교수. ⓒ삼성서울병원

심근경색 치료 후 심장 기능이 안정된 환자는 베타차단제 복용을 중단해도 사망이나 심근경색 등 주요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국제 공동연구 결과가 나왔다.


31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한주용·최기홍 순환기내과 교수와 강단비 임상역학연구센터 교수 연구팀은 프랑스 파리공공의료원(AP-HP) 산하 소르본대학 피티에-살페트리에르병원의 조안 실뱅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란셋(The Lancet)’ 최신호에 게재됐다.


베타차단제는 심박수와 혈압을 낮춰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약물이다. 과거에는 심근경색 환자가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치료제로 여겨졌지만, 최근 스텐트 등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심장 기능이 회복된 환자에게도 계속 투여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한국(SMART-DECISION)과 프랑스(ABYSS)에서 진행된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합 분석했다. 인종과 지역이 다른 두 국가의 연구 결과를 함께 분석해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 베타차단제 중단 가능성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다.


분석 대상은 심근경색 발생 후 6개월 이상 지났으며 심부전 등 심장 기능에 문제가 없고, 베타차단제를 복용해야 할 다른 이유가 없는 환자 6238명이다. 이 가운데 3092명은 베타차단제 복용을 중단하고, 3146명은 치료를 지속했다.


ⓒ삼성서울병원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사망과 심근경색, 뇌졸중 또는 심혈관 관련 입원을 합친 일차 평가 지표 발생률은 복용 중단군 17.2%, 지속군 15.9%로 통계적으로 동등한 수준이었다.


사망과 심근경색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을 살펴본 이차 평가 지표에서도 중단군 6.5%, 지속군 6.4%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심근경색 치료 후 안정기에 접어든 일부 환자의 경우 베타차단제를 중단해도 주요 임상 결과가 악화되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최기홍 교수는 “과거에는 심근경색 치료가 쉽지 않아 베타차단제를 평생 복용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최근에는 스텐트 등 치료 방법이 개선되면서 심근경색 후 심장 기능이 회복해 안정적인 환자가 늘어난 만큼 불필요한 약을 중단할 수 있다면 환자의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연구는 지난 3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학술대회에서도 주요 임상연구로 소개됐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향후 심근경색 환자의 베타차단제 사용 기준과 관련한 치료 지침을 마련하는 데 근거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주용 교수는 “이번 대규모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심근경색 후 환자가 안정적이라면 베타차단제 복용을 중단해도 된다는 치료 표준을 만드는 데 한 발 더 다가섰다”며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에 따라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약을 쓰는 문화를 만드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면서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주로 동맥경화로 혈관 벽에 쌓인 플라크가 터지면서 생긴 혈전이 관상동맥을 막아 발생한다.


혈류가 차단되면 심장 근육에 산소와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손상 범위가 커질 수 있다. 한 번 손상된 심장 근육은 회복이 어려운 만큼 신속한 치료가 환자의 예후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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