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속 인상…이례적 긴축
성장률 3.3%로 상향…재정 확대 땐 물가 압력 확대
긴축 효과 반감 시 고금리 장기화…"성장률 전제 과도"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가운데 정부는 내년에 800조원 이상의 확장재정을 예고하면서 통화·재정정책 간 엇박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물가를 잡기 위해 시중 수요를 억제하는 반면, 정부는 대규모 재정으로 경기를 떠받치는 정반대 처방을 내놓은 셈이다.
확장재정이 물가를 자극해 금리 인상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1년 2개월간 이어진 금리 동결을 끝낸 데 이어 한 달 만에 추가 인상을 결정했다.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리는 이른바 '백투백' 인상이다.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한 것은 과거에도 세 차례에 그쳤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이번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압력에 고환율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공급 측 압력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반면 정부는 재정의 확장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최근 내년도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보다 10% 이상 늘린 800조원 플러스 알파(+α) 수준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사상 처음 800조원대 예산이 편성된다. 시장에서는 내년도 총지출이 810조~820조원 수준에 이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여력을 활용해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문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한은은 금리를 올려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총수요를 억제해 물가를 잡으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늘리면 민간에 풀리는 자금이 증가해 수요를 떠받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한은이 '돈줄'을 죄는 동안 정부는 재정을 통해 다시 돈을 푸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특히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내년은 2.1%에서 2.9%로 대폭 높였다.
올해뿐 아니라 내년까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까지 투입되면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 확대로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으면 한은의 긴축 효과가 반감되고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하거나 추가로 인상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두 가지 정책 목표가 충돌하는 셈이다. 이 같은 엇박자 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정의 규모뿐 아니라 지출 내용과 재정 확대의 전제가 된 성장률 전망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도 예산 규모에 대해 "과도하게 편성했다고 본다"며 "성장률을 너무 높게 잡으면 세금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해 지출을 늘리게 되는데 과거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예산을 늘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부분에, 어떻게 늘릴 것인지 확인하고 총액을 발표해야 한다"며 "총액을 먼저 발표하고 안을 어떻게 쓸지 정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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