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깎고 D램 쌓는다…美 하이닉스 HBM 생산라인 구체화
TSV 노출부터 칩 적층·패키징까지…170쪽 허가문서에 담겨
공장 안에 '축소판 양산라인'…차세대 HBM 기술도 시험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6월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투자 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기지가 27일(현지시간) 공식 착공식을 여는 가운데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공장 내부의 제조공정도 확인됐다.
미국 환경당국에 제출된 허가문서에는 실리콘관통전극(TSV) 노출부터 칩 적층·오버몰드 패키징까지 미국 현지에 구축될 HBM 첨단패키징 공정이 세부적으로 담겼다.
27일 미국 인디애나 환경관리국(IDEM)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웨스트라피엣 공장과 관련해 제출한 연방집행가능주운영허가(FESOP) 신청서에는 제조공정과 대기오염물질 배출·처리 설비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신청서는 지난 1월30일 제출됐으며 170쪽 분량이다.
웨이퍼 가공부터 D램 적층까지…美서 HBM 후공정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마치 빌딩처럼 층층이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와 대역폭을 높인 메모리다. 이렇게 쌓인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핵심 기술이 실리콘관통전극(TSV)이다.
공정은 웨이퍼 표면에 막을 입히고 금속층을 가공하는 작업에서 시작해 웨이퍼를 얇게 깎고 TSV를 노출한 뒤 D램을 쌓아 패키징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문서는 이를 스퍼터링, 포토레지스트 도포·현상, 플라즈마 처리, 전기도금, 포토레지스트 제거, 금속 제거, 리플로우 솔더링, 산화막 증착, 임시 캐리어 본딩, 웨이퍼 연삭, TSV 노출·후면 패시베이션, 화학적기계연마(CMP), 칩 적층·오버몰드 패키징, 플럭스 제거, 캐리어 디본딩·세정, 레이저 그루빙 등 16개 세부 공정으로 나눠 제시했다.
신청서에 따르면 웨이퍼 후면에 플라즈마 기반 식각을 적용해 TSV 끝단을 균일하게 노출한 뒤 내부 구리의 확산을 막기 위한 후면 패시베이션층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는 실란과 암모니아 등이 사용되며 실리콘 나이트라이드 계열 막을 형성하도록 설계됐다.
얇아진 웨이퍼는 임시 캐리어 웨이퍼에 붙여 지지력을 확보한 채로 CMP 공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후면 패시베이션층 일부를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연마재와 화학제가 섞인 슬러리로 표면을 평탄하게 만든다. 이후 개별 칩을 쌓고 에폭시 계열 몰딩재로 감싸는 칩 적층·오버몰드 패키징 공정으로 이어진다.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지어질 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조감도.ⓒSK하이닉스
양산·R&D 두 라인 구축…북미서 차세대 기술 검증
공장 안에는 양산라인을 축소한 형태의 R&D라인도 별도로 들어선다. 신청서에 따르면 이 R&D라인은 HBM 제조 순서를 양산라인과 유사하게 재현하되, 생산량과 화학물질 사용량만 크게 줄인 '미니어처 양산라인'에 가깝다. 이곳에서 공정 최적화와 소재 평가, 장비 테스트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미국 거점을 생산기지뿐 아니라 R&D 거점으로도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퍼듀대와 첨단패키징 기술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북미 주요 AI·반도체 고객사와 가까운 곳에서 신기술을 개발·검증한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최 회장도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메모리 생산거점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미국 내 메모리 전공정 팹 건설에 의향이 있다면서도 적합한 부지를 찾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다. 전력·용수·토지와 소재·화학제품·서비스 등을 공급하는 협력사 생태계를 입지의 핵심 조건으로 꼽았다.
공장 운영을 위한 환경·유틸리티 설비도 함께 구축한다. 생산시설에는 산성가스 등을 처리하는 스크러버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저감설비 등이 들어선다. 팹 본체에는 천연가스 보일러 3기를 설치하고 에어리퀴드가 운영하는 별도 벌크가스야드에는 냉각탑 5기를 두는 계획도 담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지에서는 공장에서 사용할 화학물질과 환경 영향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5월 웨스트라피엣 시의회의 부지 용도변경 심의 당시 SK하이닉스 측은 시설 설계가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인 화학물질 목록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해 환경허가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실제 제조공정과 배출·저감설비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웨스트라피엣 프로젝트는 총 38억7000만 달러(약 5조5000억원) 규모로, HBM 첨단패키징 생산시설과 R&D 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현장에서는 생산시설과 중앙유틸리티동(CUB), 사무동 등의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현지시간 27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밤 11시) 공식 착공식을 연다. 2028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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