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SKIET' 다시 품은 SK이노…'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까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8.27 14:21  수정 2026.08.27 15:05

SK온 이어 적자 소재사업 품어…주주 부담 우려

신평사 "합병 자체 신용도 영향 제한적"

SK이노 순차입금 26조원…추가 자금 부담은 변수

비용 절감·사업 시너지로 장기 기업가치 개선 주목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직원이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이노베이션이 적자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7년 만에 다시 품었다.


적자 사업을 모회사가 직접 가져오면서 재무 부담과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나왔지만 신용평가사들은 합병 자체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SKIET의 자금조달 여건이 오히려 개선되는 데다 비용 절감과 사업 시너지를 통한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전날 SK이노베이션의 SKIET 흡수합병에 대해 모회사 신용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SKIET가 이미 SK이노베이션의 연결 대상 종속회사여서 합병 전에도 실적과 재무상태가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25일 SK이노베이션과 SKIET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이노베이션이 SKIET를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SKIET는 합병 이후 별도 법인으로 존속하지 않고 SK이노베이션 내 분리막 사업부로 편입된다. 회사는 재무 안정성을 높이고 사업 구조를 재편해 운영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합병 배경에는 악화된 분리막 사업 환경이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와 가격경쟁이 심화하면서 SKIET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SKIET는 올해 상반기 1367억원의 영업손실과 729억원의 EBITDA 적자를 기록했고 총차입금은 1조8362억원, 부채비율은 151.8%까지 높아졌다.


SKIET의 자체적인 자금조달 여력도 약해졌다. 영업손실이 누적되는 가운데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추가 자금조달 필요 규모도 늘면서 독립법인을 유지하는 데 따른 재무 리스크가 커졌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적자 상태인 SKIET를 SK이노베이션이 직접 품으면서 모회사 주주의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SK온 등 배터리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SKIET 정상화에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경우 배당 등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신평은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와 채권자 보호절차 등에 따른 자금 소요는 SK이노베이션의 보유 현금과 대체자금 조달력을 감안하면 대응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2026년 6월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이 약 26조원에 달하는 만큼 주요 사업의 현금창출력과 사업구조 재편 효과,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부담 완화 수준을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NICE신용평가는 SKIET의 신용도 개선 가능성에 주목했다. 현재 SKIET의 장기신용등급은 A-이고 합병 이후에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인 AA/Stable, A1을 적용받을 예정인 만큼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SKIET를 신용등급 상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으로 올렸다.


주주가치에 대한 우려는 추가 자금 지원과 주주환원 여력에 집중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재무구조 악화로 배당을 하지 못했으며 이번 합병 이후 주주환원 정책도 중장기 이익과 순차입금 규모, 투자계획, 잉여현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통해 조직과 기능을 정리하고 생산·마케팅을 주요 고객 중심으로 재편해 비용을 줄이는 한편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를 활용해 금융비용도 낮출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약 600억원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SKIET의 제품개발 역량과 SK이노베이션의 연구개발 역량을 결합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분리막 사업을 확대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윤회 SK이노베이션 경영전략실장은 26일 온라인 합병발표 설명회에서 분리막 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2년 안에 EBITDA 흑자로 다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의 확산이 주춤하고 있는 부분이 해결되고 정책적인 부분이 다시 한번 우호적으로 변화한다는 가정에서는 잠재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주주 측면에서는 합병 자체의 재무효과와 실제 현금 부담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SKIET가 이미 연결 자회사인 만큼 합병으로 새로운 부채가 대거 발생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정상화가 늦어질 경우 추가 자금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 한신평도 합병 자체보다 SK이노베이션의 높은 순차입금과 향후 현금창출력 등을 주요 관찰 요소로 제시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같은 계열에서 분리돼 있던 사업을 다시 결합하는 만큼 전혀 이질적인 기업 간 합병보다 시너지를 내기 수월할 것"이라며 "합병 이후 시너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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