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말고 가래로 막을라"…한은, '물가·가계빚' 경고에 강수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8.27 17:08  수정 2026.08.27 17:21

반도체 호조에 성장률 3.3% 상향

향후 금통위는 모두 '라이브'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물가 오름세 확산과 수도권 주택가격 급등 등 금융불균형 누적에 선제적 제동을 걸기 위한 강력한 조치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핵심적인 금리 인상 배경은 국내 경제의 예상을 웃도는 강한 성장세와 이에 수반된 물가 상승 압력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5월 전망치인 2.6%보다 대폭 상향한 3.3%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 역시 2.9%로(기존 2.1%) 높여 잡았다.


반도체 경기 호조가 당초 예상을 상회하며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소득 여건 회복으로 소비 회복세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진단하면서다.


성장세가 강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모두 2.5%로 상향 조정됐다.


누적된 비용압력 전이와 수요측 압력이 커지면서 상당기간동안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판단하면서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이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소득 여건 개선과 강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물가 오름세가 광범위하고 장기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7월에 이어 이례적인 연속 인상을 단행한 이유로 '선제적 대응'의 비용 절감 효과를 꼽았다.


물가 오름세가 더 확산하기 전에 사전에 조기 대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신 총재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표현이 있듯, 뒤늦은 대응을 했을 때 생기는 비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며 "선제 대응이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연속 금리 인상으로 취약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다.


신 총재는 향후 물가와 GDP에 더해 취약계층의 상황도 주의깊게 보겠다고 밝혔다.


한은의 이러한 긴축 정책이 정부의 확장재정과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원칙적으로 재정지출이 미래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반드시 엇박자는 아닐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금리 인상의 또 다른 핵심 축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불안이다.


실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한 달 전보다 5조4000억원 늘어난 1194조8000억원으로,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만 보더라도 한 달 동안 3조4000억원 뛰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최근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한은은 내부적으로 산출하는 '금융취약지수(FVI)'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FVI는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에 취약한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앞으로 전개될 금융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신 총재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을 100,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을 79.5, 레고랜드 사태 직전을 65 정도로 볼 때, 최근엔 46 수준으로 가파르게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전개될 금융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금융 취약성이 누적되면 실물 경제에 대한 부담이 취약계층에 가중될 수 있다.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한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신 총재는 "금리로 집값을 잡는 건 무리"라면서도 "실증적으로 금리가 특효약은 아니지만 대체로 금리가 올라가면 취약지수가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으로 집값을 잡는 역할을 하진 않더라도, 거시 건전성 정책의 효과를 위해 정부와의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1300원대 후반으로 하락한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외환시장의 중심을 잡아 수급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신 총재는 "환율의 특정 수준보다는 예측성이 중요하다"며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중심을 잡아줌으로써 원화 강세를 유도해 수입 물가를 제어하는 것이 인플레이션 완화에 적당하다"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추가 긴축 여지를 남겼다.


향후 6개월 시계 금통위원 금리 전망(K-점도표)에 따르면 중간치가 3.25%로 집계됐다. 현재 연 3.00%임을 감안하면 올해 1회의 추가 인상 여력이 남아있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의 경제 성장과 물가 흐름, 금융안정 리스크 등 새롭게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가 인상 시기와 속도를 결정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8, 9월 물가지표와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등 오는 10월에 열리는 다음 통방 전 발표되는 주요 지표들이 있는 만큼, 금융 상황을 살피며 기준금리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앞으로 남은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모두 라이브"라며 "경제 및 금융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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