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덮친 거제·통영, 일주일 만에 1억원 넘겼다…고향사랑기부의 ‘재난 연대’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8.27 10:36  수정 2026.08.27 10:41

‘투명한 지정기부·세제 혜택’ 맞물려 재난 안전망 안착

출향민 정서 호소 벗어나 ‘목적형 긴급 구호’로 체질 개선

지난해 산불 당시 연간 모금액 중 69% 집중…새 기부 문화 눈길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거제와 통영에 고향사랑기부금이 빠르게 모이며 전국적인 재난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거제와 통영에 고향사랑기부금이 빠르게 모이고 있다. 모금이 시작된 지 일주일여 만에 두 지역에 들어온 지정기부금이 1억원을 넘어섰다.


27일 오전 고향사랑기부제 민간 플랫폼 위기브 모금 현황을 보면 통영시 집중호우 피해 긴급 모금에는 657명이 참여해 5970만6900원을 기부했다. 목표액 5억원의 12%다.


또 거제시에는 474명이 4464만4000원을 냈다. 목표액 5억원의 9%다. 두 지역을 합쳐 1억원이 넘는 온정의 손길이 모인 것이다.


고두환 위기브 대표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단순히 자신의 고향을 응원하는 제도를 넘어 재난 피해지역의 일상 회복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기부 통로로 자리 잡는 모습”이라며 “지난해 영남권 대형 산불 때 나타난 기부 행렬이 이번에는 집중호우 피해지역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정기부는 지방정부가 구체적인 피해복구 사업을 제시하고 기부자가 사용 목적을 확인한 뒤 참여하는 방식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산사태·침수로 멈춘 일상… 생활 안정·복구 겨냥한 ‘목적형 모금’


거제와 통영은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 기간 거제에는 956.1㎜, 통영에는 766.9㎜의 비가 내렸다. 거제에서는 시간당 최대 124.5㎜가 쏟아졌다. 인명피해와 주택·학교·전통시장 침수, 도로 파손, 산사태 등이 잇따랐다.


정부는 21일 거제시 전역과 통영시 산양읍·봉평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 중앙합동조사단의 정밀조사를 거쳐 추가 선포 여부도 결정한다.


지정기부 모금은 피해 직후 시작됐다. 통영은 17일께, 거제는 18일께 긴급 모금에 들어갔다. 두 지자체는 각각 5억원을 목표로 고향사랑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모금 목적도 피해 복구에 맞춰져 있다. 통영 기부금은 수해 이재민 긴급 구호와 피해 주민 생활 안정, 지역 복구에 사용된다. 위기브 지정기부 사업에서는 집중호우 피해 주민 긴급 구호와 피해 복구 지원에 5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거제는 집중호우 피해지역 복구·정비와 주민 생활 안정, 재난 예방 사업에 기부금을 투입한다. 위기브가 공개한 피해 현황을 보면 거제에서는 산사태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으며 408세대 858명이 일시 대피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경남도 간부 공무원들도 20일 거제·통영 수해복구 지정기부에 참여했다. 박 지사는 “한분 한분 작은 정성이 모이면 피해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며 도민과 출향인의 참여를 요청했다.


재난지역 지정기부는 출향민 중심의 기부에서 벗어나 연고가 없는 국민도 피해 회복에 참여하는 새로운 연대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연고주의 깬 위기 연대… 대형 산불 거치며 다져진 자발적 구호 체계


재난 발생 뒤 고향사랑기부금이 특정 피해지역으로 집중되는 현상은 지난해 대형 산불 때 이미 확인됐다. 행안부 집계를 보면 2025년 3월 21일부터 31일까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울산 울주와 경북 안동·의성·청송·영양·영덕, 경남 산청·하동 등 8개 지역에 약 44억원의 고향사랑기부금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전국 고향사랑기부금 약 64억원의 69%가 산불 피해지역에 모였다.


지역별로는 영덕군이 약 1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의성군에는 약 11억2000만원, 안동시 7억9000만원, 청송군과 산청군 각각 2억7000만원, 영양군 2억2000만원, 울주군 1억8000만원, 하동군 1억5000만원이 모였다.


산불 발생 뒤 불과 열흘 남짓한 기간에 전국 고향사랑기부금의 3분의 2 이상이 피해지역으로 향한 셈이다. 당시 행안부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재난 피해회복을 위한 통로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산불 피해지역을 돕자는 기부 인증이 이어졌다.


행안부는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하면서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건전한 기부문화 조성’을 제도의 주요 효과로 제시했다. 지난해 산불과 이번 거제·통영 집중호우는 이 같은 제도 취지가 재난 현장에서 실제 기부 참여로 연결되는 사례다.


사용처가 분명한 지정기부와 세제 혜택이 결합하면서 고향사랑기부제는 목적형 긴급 구호 수단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10만원 전액 공제에 사용처 직관화…‘지정기부’가 튼 기부의 물꼬


재난지역에서 고향사랑기부가 빠르게 확산되는 데는 지정기부 방식도 한몫하고 있다. 지정기부는 지방정부가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과 모금 목표를 제시하고 기부자가 공감하는 사업을 직접 골라 돈을 내는 방식이다. 이번 거제·통영 모금도 기부 단계부터 ‘집중호우 피해 복구’라는 사용 목적이 명확하다.


기부자는 자신이 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확인하면서 참여할 수 있다. 또 지방정부는 재난 복구에 필요한 별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피해지역을 직접 선택한다는 점에서 재난이 발생한 지역과 전국의 기부자를 연결하는 구조도 만들어진다.


제도적 혜택도 뒷받침한다. 올해 고향사랑기부금은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되고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구간에는 44%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20만원 초과분은 일반 지방정부 16.5%, 특별재난지역 지방정부에는 선포일 이후 3개월 동안 33%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답례품도 받을 수 있다.


고 대표는 “지난해 산불 피해지역에 44억원이 몰린 데 이어 올해 폭우 피해를 입은 거제와 통영에서도 모금 시작 일주일여 만에 1억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였다”며 “재난이 닥친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지방정부가 제시하고 국민이 직접 선택해 돕는 방식의 선순환 효과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고향사랑기부에서 말하는 ‘고향’의 의미도 넓어지고 있다. 태어나거나 살았던 지역을 응원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려움에 처한 지역을 국민이 함께 돕는 통로가 되고 있다”며 “고향사랑기부제가 재난 때 서로의 일상을 다시 세우는 기부문화로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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