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의무 아냐" vs "권한남용"…대법관 서면 제청에 변호사단체 엇갈린 평가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6.08.20 16:43  수정 2026.08.20 19:07

한변 "'일방 통보' 매도, 사실관계 정면으로 호도하는 것"

"서면 제청 경위 보면 '패싱' 비난 성립 여지조차 없어"

민변 "제청권 남용 및 법원행정처 추천 무력화 시도 규탄"

"마음에 드는 결과 나올 때까지 미룰 수 있는 사적 권한 아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데일리안DB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서면으로 제청한 것에 대해 변호사 단체들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이날 "대면 제청은 하나의 관행일 뿐 법적 의무가 아니다"며 "이를 일방 통보라 매도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정면으로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변은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이 오직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고유권한"이라며 "제청 방식이 대면이든 서면이든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특정 방식을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면 제청은 하나의 관행일 뿐, 결코 법적 의무가 아니다"며 "나아가 이번 서면 제청의 경위를 보면 '패싱'이라는 비난은 성립할 여지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한변은 또 대법원장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서면 제청 방식도 청와대 민정수석 측과 협의했다"이라며 "이를 '일방 통보'라 매도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정면으로 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의 이번 제청이 사법 공백을 막기 위한 책임 있는 조치로,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변은 "대통령의 임명권은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행하는 형식적 권한에 지나지 않는다"며 "제청의 형식을 빌미로 임명을 거부하겠다고 위협하고 대법원장을 겁박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근간을 스스로 허무는 위헌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변은 민주당에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위협을 중단하고, 대통령과 국회에는 대법관 임명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조 대법원장의 행보에 대해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하는 입장을 내놨다.


민변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대법관 제청권 남용과 법원행정처의 추천 무력화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노태악 전 대법관이 올해 3월 퇴임한 후 5개월 넘게 후임 제청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제청은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직무이자 의무이지,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룰 수 있는 사적 권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기존 대법관 후보 4명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후보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언급한 점을 들어 "법원행정처가 종전 대법관 후보추천 절차를 무효로 하는 시도를 했다"고 했다.


민변은 "다섯 달 넘게 제청하지 않은 것도, 그사이 추천 결과 자체를 되돌리려 한 것도 모두 제청권의 명백한 남용"이라며 "대법원장은 제청권 남용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무력화 시도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국회에는 대법관 제청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과 법원행정처 폐지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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