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법인 9월 전 차종 최대 1% 인상…올해 3번째
7월 판매 7만5360대 ‘역대 최대’…마진은 13.3%→9.3%
철강·알루미늄 등 원자재 부담 확산…경쟁업체도 가격 올려
판매 호조 속 비용 소비자 가격에 반영…점유율·수익성 잡는다
현대차 인도 현지 전략모델 '크레타' ⓒ현대자동차 인도 홈페이지
인도 자동차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판매량은 크게 늘고 있지만 철강과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과 운영비가 동반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오히려 압박받고 있어서다. 지난달 인도 진출 이후 역대 최대 월간 판매를 기록한 현대자동차도 또다시 가격을 올리며 원가 부담 방어에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은 오는 9월부터 현지에서 판매하는 전 차종 가격을 최대 1% 인상한다. 실제 인상폭은 차종과 트림에 따라 달라진다. 원자재와 각종 투입비, 운영비 상승에 지정학적·거시경제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차량 가격을 올린 것은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지난 6월에도 차종과 트림에 따라 최대 1만2800루피를 인상했다. 당시에도 원자재 가격과 운영비 상승이 주요 배경이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글로벌 물류망과 에너지 시장이 흔들리면서 주요 투입비용이 오른 영향도 더해졌다.
이번 가격 인상이 눈에 띄는 것은 현대차의 인도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달 내수와 수출을 합쳐 총 7만5360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보다 25.4% 늘어난 것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후 월간 기준 역대 최대다. 내수 판매도 5만4210대로 23.3% 증가했고 수출은 2만1150대로 31.4% 뛰었다.
판매 호조에도 현대차 인도법인의 고민은 수익성이다. 올해 4~6월 EBITDA 마진은 9.3%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3%보다 4%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88억9000만루피로 전년 동기보다 35%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첸나이 공장의 생산 차질 등이 실적에 부담을 줬다.
특히 현대차 인도법인이 올해 EBITDA 마진 목표를 11~14%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 수익성은 목표 하단에도 미치지 못한다. 판매량을 늘리는 것과 별개로 하반기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판매 호조와 수익성 압박이라는 상반된 흐름은 현대차 뿐 아니라 최근 인도 자동차 시장 전반이 부딪힌 문제다. 인도 최대 완성차 업체 마루티스즈키는 지난 6월 차량 가격을 최대 3만루피 올린 데 이어 이달에도 최대 3만루피를 추가로 인상했다. 불과 두 달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전 차종 가격을 조정한 것이다.
타타자동차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이후 두 차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타타자동차는 최근 분기 매출이 23.3% 증가하고 인도 판매량도 26% 늘었지만 핵심 수익성 지표는 소폭 하락했다.
결국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는 ‘차가 안 팔려 가격을 내리는’ 대신 ‘차는 잘 팔리지만 원가가 더 빠르게 올라 가격을 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위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견조한 자동차 수요도 있다. 최근 인도에서는 SUV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신차 수요가 이어지면서 주요 업체들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타타자동차의 최근 분기 인도 판매량은 전년보다 26% 늘었고, 현대차 역시 7월 역대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가격을 올려도 판매량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시장 환경이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려야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폭이 1% 수준인 것은 앞으로도 현대차에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해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경쟁사에 점유율을 내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훼손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는 오랫동안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인도 승용차 시장 2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최근에는 SUV를 앞세운 마힌드라와 타타자동차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마루티스즈키 역시 SUV 대응이 늦어지면서 2019년 51%였던 시장 점유율이 올해 기준 40% 아래로 내려가는 등 인도 자동차 시장의 기존 경쟁 구도 자체가 흔들리는 분위기다.
인도 시장의 중요성은 현대차에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한 인도는 단순한 내수 판매처를 넘어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수출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 인도법인의 수출은 전년 대비 31.4% 증가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차 인도법인은 2024년 현지 증시에 상장한 이후 판매 확대와 함께 수익성 개선에 대한 시장의 요구도 동시에 받고 있다. 판매량만 늘리는 성장보다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 이전보다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 이후에도 최근의 판매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어야 인도에 외형 성장과 수익성 회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된다"며 "가격 인상이 점유율 경쟁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소폭 인상하면서 시장 상황을 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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