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투입돼 후반 25분 결승골, ‘그리즈만 7번’ 계승
공격뿐 아니라 압박까지 수비에서도 크게 기여
이강인. ⓒ EPA=연합뉴스
스페인 무대로 돌아온 이강인(25)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M) 데뷔전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이강인은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2026-27시즌 스페인 라리가 1라운드 말라가와의 홈경기에 교체 출전해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경기 양상은 전반 내내 답답하게 흐르고 있었다. 승격팀 말라가는 두 줄 수비를 구축한 채 수비적으로 나섰다. 이에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특유의 정교한 리빌딩 속에서 공수 전환의 속도를 올리려 애썼으나, 3선과 2선 사이의 고리를 풀어줄 창의적인 자원의 부재로 고전했다.
승부수를 던져야 했던 시메오네 감독의 선택은 후반 12분 이강인의 투입이었다. 이강인은 알렉스 바에나, 줄리아노 시메오네와 함께 그라운드를 밟으며 측면과 중앙을 넘나드는 프리롤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이 선택은 불과 13분 만에 경기의 판도를 뒤바꿔 놓았다.
후반 25분,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반대 전환 패스를 완벽한 가슴 트래핑으로 떨어뜨린 이강인은 망설임 없이 중앙으로 차분히 치고 들어갔다. 상대 수비진이 겹겹이 포위망을 좁혀왔지만, 이강인은 특유의 역동적인 상체 바디 페인팅 하나만으로 말라가 수비수 3명의 중심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어 아크 오른쪽 부근에서 파포스트를 향해 전매특허인 왼발 감아차기 슛을 시도했다. 이강인의 발끝을 떠난 공은 기분 좋은 회전과 함께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말라가 골문 구석을 그대로 흔들었다. 득점 직후 이강인은 무릎 슬라이딩에 이은 강렬한 어퍼컷 세리머니로 홈팬들을 열광케 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 AFP=연합뉴스
시메오네 감독이 의도한 결과물이었다. 무엇보다 시메오네 감독은 과거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주문했듯, 2선 공격수가 1대1 상황에서 템포를 살리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이강인 또한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에서 상대의 블록을 개인기로 허물어버리며 시메오네 감독의 전술에 부합했다.
여기에 시메오네 감독은 공격수들에게도 '헌신적인 수비 가담'과 '강도 높은 압박'을 요구한다. 아무리 공격적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도 90분 내내 스위칭과 수비 커버를 소홀히 한다면 시메오네의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이날 이강인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데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투입 직후 과감한 중거리 슛으로 상대 수비를 끌어내린 뒤 코너킥을 유도하고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는 등 공격의 혈을 뚫는 동시에, 공을 빼앗긴 직후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1차 저지선 역할을 수행했다.
후반 28분에는 강한 전방 압박으로 소유권을 재차 확보한 뒤 절묘한 킬패스로 아데몰라 루크먼의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비록 루크먼의 슛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어시스트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공수 양면에서 보여준 이강인의 영향력은 단연 독보적이었다.
이번 개막전 활약으로 이강인의 주전 경쟁 전망은 한층 밝아졌다. 4000만 유로라는 이적료와 '그리즈만의 7번'이라는 중책은 시즌 초반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으나, 첫 공식 경기부터 결승골을 터뜨리며 중압감을 단숨에 환호로 바꾸었다.
특히 시메오네 감독이 시즌 구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수 전환의 신속성과 박스 인근에서의 결정력을 입증했다는 점은 향후 주전 라인업 구성에서 이강인이 우선순위를 점할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이강인.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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