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투쟁은 이제부터다 [정상환의 시대읽기]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8.20 07:00  수정 2026.08.20 07:00

김민석 승리, 그러나 봉합 아닌 시작

진짜 싸움은 공천에서 벌어진다

균열의 뿌리는 '이재명 이후'

개헌 변수까지, 여야 모두 시험대는 2028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당 지도부와 함께 19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봉합한 상처는 궂은 날 더 아프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벌어진 혈투가 없던 일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전대에서 김민석 후보가 정청래 후보를 꺾고 신임 당대표에 올랐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선호투표까지 이어진 끝에 김민석 후보가 신승을 거뒀다. 최고위원 선거의 결과는 더욱 흥미롭다. 이른바 친청계가 3명, 친명계가 2명을 차지했다. 당대표는 김민석, 최고위원회는 친청계가 과반인 묘한 권력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정청래의 패배', 나아가 정청래와 유시민으로 상징되는 노선의 패배라며 '김민석의 승리라기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승리'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은 타당하다.


그러나 나는 이번 전당대회를 민주당 내부의 한 세력이 다른 세력을 완전히 제압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번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권력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사건이라는 관점이다.


정통적 구주류의 당권 장악 시도가 무위에 그쳤다고 해서 그것이 곧 구주류의 퇴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최고위원 5석 가운데 친청계가 3석을 차지했다는 사실부터가 이를 말해준다. 당대표 선거에서는 패했지만 그들의 정치적 기반과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당장은 봉합될 수 있다. 그러나 봉합한 상처는 궂은 날 다시 아프다. 이번 전대의 패배와 앙금이 쉽게 사라질 리 없는 이유다.


앞으로 진짜 싸움은 당대표를 뽑은 순간보다 공천의 향배를 둘러싸고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인에게 공천은 단순한 당내 권력이 아니다. 정치적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공천에서 탈락한다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생존 기반을 잃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앞으로 2년 동안 민주당 내부의 가장 치열한 싸움은 결국 공천을 향한 정치 작업이 될 것이다.


김민석 대표에게도 선택지는 분명하다. 당무와 공천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친명 중심의 새로운 주류를 구축하는 것이다.


반대로 기존 구주류와 친청계 등 비주류 세력은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이를 저지하려 할 것이다. 공천 과정에서 특정 세력에 대한 배제가 현실화된다면 갈등은 훨씬 거칠어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분당론까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치는 명분으로 싸우지만, 정치인은 결국 생존을 위해 싸우기 때문이다.


이 갈등의 뿌리는 결국 '이재명 이후'다.


일부 정통 민주당원들에게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은 당의 전통적 계보에서 성장한 인물이라기보다 정권 창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선택된 강력한 정치적 자원에 가까웠을 수 있다. 집권을 위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힘을 모았지만, 그것이 곧 당의 장기적 주류 자리를 넘겨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통령과 정당의 관계는 집권 순간에는 하나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재 권력은 흘러가기 마련이고, 미래 권력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균열이 생긴다.


현재 권력은 강하지만, 미래 권력은 무섭다.


현직 대통령의 권력이 아무리 강력해도 미래의 대권 주자가 가시화되는 순간 권력의 중심은 서서히 이동한다. 정치인들은 현재의 권력보다 다음 선거에서 승리를 견인할 사람에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진짜 시험대는 2028년 총선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타날지, 민주당의 간판이 총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재명 이후'를 책임질 차기 주자가 누가 될 지가 중요하다.


만약 구주류 또는 비주류 진영에서 경쟁력 있는 차기 대권주자가 등장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정치 권력의 쏠림은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


여기에 개헌이라는 변수까지 등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바꾸는 개헌을 제안하면서,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는 것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헌은 헌법의 문제이지만, 정치권에서 개헌은 결국 권력의 문제다.


누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가.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는 어떻게 바뀌는가. 총리의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임기는 어떻게 조정되는가. 이런 질문 하나하나가 정치 세력의 이해관계를 다시 계산하게 만든다.


따라서 개헌 정국은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에도 새로운 합종연횡을 촉발할 수 있다.


국민의힘도 그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독보적인 차기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장동혁 대표를 둘러싼 리더십 논란은 이미 당내에서 표면화됐다. 최근에는 3선 의원들이 지도부의 리더십과 총선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기도 했다.


뚜렷한 차기 권력의 구심점이 없는 야당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결국 국민의힘 역시 장동혁 대표 체제로 다음 총선을 치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당의 전열을 다시 짤 것인지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누가 다음 선거를 이길 수 있는가."


결국 여야 모두가 골몰하는 질문일 수 밖에 없다.


다가오는 총선은 단순한 의석 수 확보 싸움이 아니다. 각 정치 세력이 차기 대권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누가 살아남을 것인지를 확인하는 거대한 정치적 시험대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거대 양당이 총선 직전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 세력이 분화하고 정치적 생존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총선 결과에 따라 당 내 세력의 서열이 다시 바뀌고, 그 결과를 토대로 대선을 앞둔 합종연횡이 시작될 것이다.


정당은 현재의 권력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미래의 권력을 향해 움직인다.


그래서 여의도의 진짜 투쟁은 이제부터다.


현재 권력의 힘이 다하기 전에 미래 권력이 등장할 수 있느냐.


결국 관건은 그 타이밍이다.


정치는 현재를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먼저 읽는 사람이 결국 판을 바꾼다.


그 판이 어떻게 바뀔지는 2028년 총선에서 첫 번째 답을 내놓을 것이다.


글/ 정상환 환경국립대 객원교수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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