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보행권, 市 도시기본계획·생활권계획에 반영하기로
최근 3년간 서울 온열질환자 중 31.4% 길가에서 발생
市, 그늘 부족한 생활가로 10곳 대상 시범사업 추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가진 그늘보행권 선언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서울시가 폭염 속 시민들이 그늘 아래에서 햇빛을 피하며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그늘보행권'을 도시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도입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도시의 역할도 더 커져야 한다"며 "시민이 매일 걷는 길부터 바꾸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가진 그늘보행권 선언 기자설명회에서 "출근길과 통학길은 물론 시민들이 병원을 오가는 길까지 누구나 그늘을 따라서 안심하고 걸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그늘 면적·지속시간·연결성 기준으로 삼기로
그늘보행권은 시민이 일상적인 보행 동선에서 일정 수준의 그늘을 끊김 없이 누릴 수 있도록 도시 공간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정책 개념이다. 나무나 그늘막의 개수가 아니라 시민이 걷고 기다리고 쉬는 동안 실제 그늘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서울시는 이를 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반영하고, 지구단위계획·정비사업·공공건축사업 등 실제 공간을 바꾸는 사업에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가로수와 정원, 건물 그늘, 캐노피, 어닝, 공개공지와 공공보행통로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개별 시설의 '점'을 생활권 그늘길이라는 '선'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동 중 그늘 확보의 필요성은 온열질환 발생 양상에서도 확인된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2023~2025년 3년간 서울 온열질환자 815명 중 길가에서 발생한 환자가 31.4%로 가장 많았다.
폭염에도 출근·등교·장보기와 대중교통 이용을 멈출 수 없는 도시에서는 이동 중 햇빛 노출을 줄이는 것이 시민 안전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가진 그늘보행권 선언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서울시는 보도 6만7029개소, 총 4031㎞를 대상으로 건물과 가로수가 만드는 그늘을 분석했다.
지난해 7월28일 낮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보도를 1m 단위로 나눠 시간대별 햇빛 노출 여부를 살펴본 결과 서울 보도의 평균 햇빛 노출시간은 4시간21분이다.
특히 전체 구간의 27.6%는 6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돼, 그늘이 부족하거나 보행 동선이 끊기는 구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서울 보도의 평균 그늘 비율은 44.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 그늘이 29.2%, 가로수 그늘이 15.2%를 차지했다. 특히 정오 무렵 건물 그늘이 짧아질 때는 가로수가 부족한 그늘을 보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에서는 그늘을 폭염 대응 인프라로 확충하고 있다. 미국 피닉스는 향후 5년간 나무 2만7000그루와 인공 그늘시설 550개를 늘리고, 싱가포르는 2018년 이후 지붕형 보행로 약 200㎞를 조성했다.
서울시, 3단계 전략으로 생활권 그늘길 조성…민간에 인센티브도 제공
시는 3단계 전략으로 생활권 그늘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우선 햇빛 노출시간과 시민의 실제 보행 동선을 함께 분석해 그늘 확충이 시급한 곳을 찾기로 했다. 단순히 햇빛이 강한 곳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보행자 수와 고령자 등 폭염 취약계층의 이용 정도, 야외 대기시간, 시설 설치 가능성과 개선 효과를 종합해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지하철역·학교·시장·병원·복지시설로 가는 길과 횡단보도·버스정류장처럼 시민이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곳을 우선 살피기로 했다. 이미 그늘이 충분한 곳은 건물과 나무가 만드는 그늘을 보전하고, 시민 이용은 많지만 그늘이 부족한 곳은 집중적으로 개선한다.
이와 함께 장소의 넓이와 이용 방식에 맞는 그늘을 만들기로 했다. 식재가 가능한 곳에는 자연 그늘을 우선 확보하고, 지하 시설물이나 좁은 보도 등으로 나무를 심기 어려운 곳에는 계절형 차양과 캐노피, 어닝, 소규모 쉼터를 설치한다.
특정 시간대에 햇빛이 강한 길에는 접이식 어닝이나 계절형 차양을 설치하고, 좁은 보도에는 건물 벽면형 차양과 소규모 쉼터를 적용한다. 시민에게 개방된 공개공지와 공공보행통로는 주변 보도와 연결해 그늘과 휴식공간을 함께 확보한다.
아울러 개별 시설을 주요 생활공간과 연결해 생활권 그늘길로 잇는 사업을 펼친다. 주거지와 지하철역, 학교, 시장, 병원, 공원 등을 연결하고 나무를 심기 어려운 구간은 캐노피와 어닝으로 보완해 실제 이동 경로에서 그늘이 끊기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 그늘보행권 기자설명회 자료 중 일부. ⓒ데일리안 진현우 기자
공공사업과 민간 개발사업에서는 사업구역 안의 그늘을 주변 보도와 연결하도록 할 방침이다. 시는 민간이 차양시설이나 스마트쉼터 등 실제 보행 그늘을 만드는 시설을 설치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올해와 내년 시민과 관광객의 이용이 많거나 그늘이 특히 부족한 생활가로를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햇빛 노출시간과 보행자 수, 고령인구, 그늘 단절 정도, 시설 설치 가능성을 종합해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넓은 보도와 좁은 보도, 경사로 등 서로 다른 여건에 맞는 그늘 조성 방식을 적용한 뒤 사업 전후의 그늘 면적과 체감온도, 시민 이용률과 만족도를 측정한다. 효과가 확인된 방식은 표준모델로 만들고, 미흡한 시설은 보완해 2028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
오 시장은 "정원도시 서울을 통해 생활권 녹지를 늘려왔다면, 그늘보행권은 이를 집에서 목적지까지 이어주는 다음 단계"라며 "그늘이 필요한 곳에 맞춤형 시설을 조성하고 생활권마다 끊김 없이 연결해 누구나 여름에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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