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샀어?” 가방에 대보고 고른 키링…작품을 일상에 다는 사람들 [가방에 매단 취향①]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8.19 14:01  수정 2026.08.19 14:01

“오늘 기분엔 이 표정”… 가방 위에서 완성되는 나만의 개성

“뭐 샀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21’ 현장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21’. 부스 사이를 오가던 관람객들은 친구가 무엇을 샀는지부터 물었다. 손바닥만 한 인형과 키링을 들어 서로의 가방 옆에 대보고, 이미 달려 있는 캐릭터와 크기나 색상이 어울리는지도 비교했다. 여러 관람객의 가방에는 아크릴 키링과 작은 봉제인형이 함께 매달려 있었다.


상품이 빠져나간 빈 걸이 앞에서는 “다 품절이네. 다음에 또 와야지”라는 말도 들렸다. 관람객들은 가격표를 확인한 뒤에도 곧바로 상품을 내려놓지 않았다. 여러 색상과 표정을 번갈아 보고 친구에게 “이게 더 어울리지 않느냐”고 물었다.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열린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21에는 약 80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원화와 드로잉, 그림책, 독립출판물부터 엽서와 스티커, 인형까지 작가의 작품을 여러 형태로 선보이는 전문 전시이자 아트마켓이다. 작가들은 직접 부스를 운영하며 관람객에게 작품과 캐릭터의 설정을 설명했다.


여러 부스의 매대 앞쪽에는 엽서가 빼곡하게 놓였다. 작품을 작은 크기로 소장할 수 있고, 행사에 다녀온 기념으로 여러 작가의 그림을 구매하기에도 비교적 부담이 적은 상품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팔로우하면 스티커를 무료로 주는 행사도 곳곳에서 진행됐다.


키링 형태는 더 다양했다. 투명한 아크릴 제품뿐 아니라 천을 넣어 도톰하게 만든 쿠션 키링과 도자기로 구운 장식, 손으로 누를 수 있는 말랑한 소재의 제품이 나란히 걸렸다. 가방에 달 수 있는 크기의 봉제인형을 들어 자신의 가방 옆에 대보는 모습도 이어졌다. 가격과 크기를 따져보면서도 최종적으로 손에 남는 것은 캐릭터의 표정이 마음에 들고 ‘귀여운’ 상품이었다.


일러스트 브랜드 ‘한토그래프’를 좋아해 매년 행사장을 찾는다는 20대 여성 A씨는 올해 엽서를 주로 구매했다. A씨는 “귀여운 것을 보는 걸 좋아해 온 김에 다른 브랜드도 다양하게 둘러본다”며 “행사에 오면 이것저것 사게 되는데 올해는 키링이 이미 너무 많아 엽서를 골랐다”고 말했다.


A씨를 만난 곳은 캐릭터 상품을 무작위로 뽑는 가챠 판매 공간이었다. 그는 원하는 상품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구매하기보다 어떤 제품이 나와도 만족할 수 있는 구성을 고른다고 했다. A씨는 “전체 상품 이미지를 먼저 보고 무엇을 뽑아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제품을 골라 한 번만 산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V.21’ 현장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부스 사이에서는 20대 여성이 많이 눈에 띄었지만, 관람객의 범위는 훨씬 넓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과 남성 관람객은 물론, 매대를 찬찬히 살펴보는 노년층도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부스를 찾아 지도를 보며 이동하는 사람과 코엑스를 지나다 인파를 보고 들어온 사람이 한 공간에서 각자의 취향을 골랐다.


20대 후반의 남성 관람객 최모씨는 코엑스를 돌아다니다 많은 인파를 보고 행사장에 들어왔다. 이날 처음 보는 작가의 엽서를 산 그는 더 마음에 드는 키링을 찾기 위해 부스를 계속 둘러보고 있었다.


최씨는 “행사에 온 기념으로 포스터를 사고 싶었지만, 가격대도 있고, 작게 소장하고 싶어 엽서를 골랐다”며 “키링은 더 만족스러운 것을 찾고 싶어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작가의 팬이 아니더라도 그림이 마음에 들면 구매로 이어졌다. 최씨는 “처음 보는 작가라도 그림이 예쁘면 사게 되는 것 같다”며 “이 정도 비용을 지불하면서 취미생활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큰 규모의 일러스트레이션페어는 작가에게도 기존 팬과 새로운 관람객을 함께 만나는 자리다. 이날 팝업을 연 일러스트레이터 서티는 “작은 문구 팝업에서는 대부분 저를 알고 찾아오지만, 이런 큰 페어에서는 처음 보는 분도 많다”며 “신상품을 가장 많이 찾지만 ‘갓파’(일본 요괴 캐릭터) 스티커처럼 특이하고 눈에 띄는 상품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서티 작가의 부스에서는 원숭이 캐릭터가 그려진 말랑 키링에 대한 문의가 이어졌다. 평소 자신도 키링을 즐겨 산다는 서티 작가는 키링이 패션 소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봤다. 그는 “사람들이 그날 입은 옷이나 기분에 따라 키링을 바꿔 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마음에 든 작품을 엽서로 작게 소장하고, 캐릭터를 인형과 키링의 형태로 가방에 매달 방법을 골랐다.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온 사람과 우연히 처음 보는 그림 앞에 멈춘 사람 모두 자신이 고른 작품을 전시장 밖 일상으로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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