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살릴 의사가 부족하다"…전문의가 말하는 소아중환자실 현실 [명의열전]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8.18 11:37  수정 2026.08.18 11:41

이인경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교수 인터뷰

의료 인력 양성에 오랜 시간…인력 확보·유지 과제

인력 부족 땐 신규 환자 수용도 한계, 지속가능한 진료환경 필요

“저출생에도 중환자 치료체계는 필수…국가적 안전망으로 봐야”




환자를 향한 사'명'감으로 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전'달하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분을 제보해주시면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이인경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중환자분과) 교수가 지난 14일 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저출생이라고 해서 중증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 수만을 기준으로 경제성을 평가하면 유지하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국가적인 필수의료 안전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연령과 체격에 따라 정상 혈압부터 약물 용량까지 달라지는 소아중환자실은 세심한 관찰과 24시간 대응이 필요한 필수의료 현장이다. 환자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아야 하고, 상태가 급변하는 순간에는 여러 문제를 종합적으로 살펴 신속하게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오랜 훈련과 경험을 쌓은 숙련된 의료진이 필수적인 이유다.


그러나 현장을 지킬 전문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생후 1개월 이상 중증 소아환자를 치료하는 소아중환자실은 전국 15곳에 불과하고, 이를 담당하는 전담 전문의도 34명뿐이다.


오랜 기간 중증 소아 환자를 진료해온 이인경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중환자분과) 교수는 이러한 현장에서 전문인력의 중요성을 체감해왔다. 그는 지난 14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소아중환자 진료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을 꾸준히 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숙련된 의료진이 현장에 오래 남을 수 있는 근무환경과 지원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는 작은 성인 아냐”…숙련된 전문인력 양성이 관건

이 교수가 소아중환자 진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전공의 시절이다. 짧은 시간 안에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 치료 방향을 정하고, 그 결과가 환자의 상태 변화로 빠르게 나타난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무엇보다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울 만큼 위중했던 아이가 집중치료를 거쳐 조금씩 건강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그가 이 분야를 계속 지키게 한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이 교수는 “처음 중환자실에 들어올 때는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울 만큼 위중했던 아이가 인공호흡기나 투석, 때로는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 같은 집중치료를 거쳐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며 “퇴원 후 외래에서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거나 다시 학교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소아중환자 진료를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순간들이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이인경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중환자분과) 교수와 의료진이 소아중환자실에서 환자들을 보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아중환자실에는 중증 감염과 패혈증, 심한 호흡부전, 심장·신경계 질환을 앓는 아이부터 수술 후 집중관리가 필요한 환자까지 다양한 중증 소아환자가 입원한다. 상태가 위중한 경우 인공호흡기나 지속적 신대체요법, ECMO 등을 이용해 장기 기능을 보조하며 회복할 시간을 확보한다.


소아중환자 진료의 특징은 환자의 연령과 체격 범위가 매우 넓다는 점이다. 몇 ㎏에 불과한 갓난아기부터 성인과 체격이 비슷한 청소년까지 한 중환자실에서 치료한다. 연령에 따라 정상 심박수와 혈압, 기도의 크기가 다르고 사용하는 의료기기와 약물 용량도 달라진다.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도 많아 작은 생체징후나 행동 변화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그는 “아이를 단순히 ‘작은 성인’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같은 질환이라도 나이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과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어 소아중환자 진료에는 별도의 전문적인 훈련과 충분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을 단기간에 양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된 뒤에도 중환자 진료를 위한 추가 수련이 필요하고, 각종 술기와 응급상황에 대한 경험도 충분히 쌓아야 한다.


업무 부담도 크다. 중환자는 언제든 상태가 급격히 변할 수 있어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여러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도중 새로운 중환자가 발생하면 기존 환자를 살피면서 신규 환자의 초기 처치까지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특히 중증 환자가 한꺼번에 몰리면 의료진의 업무량이 급증해 병상이 남아 있어도 신규 환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인력 부족이 곧 병상 운영의 한계로 이어지는 이유다. 이 교수는 “병상이 비어 있더라도 그 환자를 안전하게 돌볼 의료인력이 없다면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병상”이라며 “중환자실은 병상을 먼저 만들어 놓고 이후에 사람을 구하면 되는 분야가 아니다. 병상을 확충하거나 새로운 진료체계를 구축하려면 인력 확보가 먼저, 적어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존’ 넘어 ‘일상’으로…소아중환자 치료의 목표
이인경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중환자분과) 교수가 소아중환자실에서 환자들을 보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전문인력을 새로 양성하는 것만큼 이미 확보한 의료진이 현장에 오래 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숙련된 인력을 키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현재 인력 자체도 많지 않아, 의료진이 현장을 떠날 경우 그 공백을 단기간에 메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단순히 소아중환자 전문의를 몇 명 더 양성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어렵게 양성된 전문인력이 계속 이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근무환경과 보상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아중환자 치료는 생명을 살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장기간 집중치료를 받은 아이는 근력이 떨어지거나 먹고 삼키는 기능이 약해질 수 있으며, 질환에 따라 신경학적·발달상의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이에 필요한 경우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부터 재활을 시작하고, 퇴원 후에도 재활의학과와 호흡기, 영양팀 등과 연계해 회복을 돕는다.


그는 “과거에는 중환자 치료의 가장 중요한 결과를 ‘살렸는가’에 뒀다면 이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아이가 어떤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학교와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는가까지 치료의 결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위중한 순간의 집중치료부터 이후 회복과 일상 복귀까지 이어지는 진료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소아중환자 의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특히 중증 소아 환자는 발생 시기와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진료 역량을 상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저출생이라고 해서 중증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자 수만을 기준으로 경제성을 평가하면 유지하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국가적인 필수의료 안전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하고 이들이 장기간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과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동시에 지역에 관계없이 필요한 시점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권역 간 이송·연계체계도 강화해야 한다”며 “어디에서 어떤 아이가 위중해지더라도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중환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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