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연임 야욕' 의혹 제기에도 "연임 안한다" 말 않고 '버티기'
'친명' 김민석 민주당 대표 선출…개헌 논의에 대통령 의중 반영 가능성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17일 오후 대전 유성구 DCC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3회 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마무리되며 이재명 대통령이 불붙인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이 본격화될 여건이 갖춰졌습니다. ‘친명’을 노골적으로 내세웠던 김민석 후보가 당권을 거머쥐었으니 개헌 논의에 대통령의 의중이 깊숙이 반영될 여지가 커진 것이죠.
4년 중임이든 연임이든, 기존의 5년 단임제가 가진 한계(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조기 약화, 정책 일관성 부족 등)를 벗어나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은 많습니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개헌이 논란이 되는 건 대통령의 태도 때문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개헌 뒤에 숨은 의도가 ‘현직 대통령의 연임’이 아니냐는 의혹이 개헌 논의 자체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만듭니다.
국가의 기본 법칙이자 법적, 정치적 최고규범인 헌법을 뜯어고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도 위험합니다. 개헌을 주도하는 권력자가 헌법으로 제한된 권력의 봉인을 깨는 짓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과거 군부독재를 겪은 우리 국민은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장치들을 헌법에 넣어놨습니다.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는 내용을 담은 제128조 2항이 대표적입니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는 내용의 헌법 70조를 뜯어고치더라도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연장할 수 없도록 128조 2항으로 막아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128조 2항을 삭제하고 70조를 개정해 본인의 중임, 혹은 연임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국민의힘이 여당과의 개헌 논의를 거부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개헌을 논의할 자리를 만들 방법은 간단합니다. 이 대통령이 “개헌을 하더라도 연임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면 될 일입니다. 야당도 개헌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이걸 내걸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연임 여부와 관련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오히려 민주당 출신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은 국민의 여론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대통령비서실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이 ‘연임 개헌 불가’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정작 대통령 본인은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조 의장이 민주당 당적을 버리기 전 친명계로 분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발언이 실수가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나아가 여론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간보기’식이 아니었냐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개헌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임기 단축을 언급한 것도 수상합니다. 5년 단임제의 임기를 꽉 채운 뒤 개헌으로 4년 중임제에 갈아타 임기를 연장할 때 예상되는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 아닐까 하는 의혹입니다. 기존 임기 일부를 포기한다고 ‘군부독재 이후 처음으로 두 번의 임기를 노리는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결국 국민들은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간단한 말을 하지 못하는 건 ‘연임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대통령 지지자들 중에는 그의 연임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잘 하면 계속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입니다.
위험한 생각입니다. 설령 좋은 성과를 많이 내서 국민의 지지를 얻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헌법을 바꿔 가며 자신의 임기를 연장한 이들이 보여준 악행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많이 봐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친 독재자들도 처음 정권을 손에 쥘 땐 불의에 맞서 싸우는 혁명을 이끌며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막상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뒤에는 ‘나보다 잘 할 사람은 없다’는 오만과 아집 때문이든, 퇴임 후 불거질 사법 리스크 때문이든, 단순한 권력욕 때문이든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을 착취하고 온갖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개헌은 대통령이 아닌 국회의원들에 의해 이뤄집니다. 새로 선출된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거대 여당을 이끌게 된 친명계 당대표가 현직 대통령 연임 프로젝트의 마지막 퍼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인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데일리안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