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게이트' 김건희-오세훈 엇갈린 유·무죄…희비 가른 '신빙성' 판단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입력 2026.08.04 18:09  수정 2026.08.04 18:11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김건희, 1·2심 무죄…尹·吳, 1심 유죄

대법, 김건희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신빙성' 법리 해석 관건

김건희·오세훈, '명태균 신빙성 판단' 비판…"추정 표현 반복"

법조계 "신빙성에 대한 대법 판단 항소심에서 뒤집는 건 이상"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연루된 여론조사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세 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김건희 여사는 1·2심에서 무죄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1심에서 유죄를 각각 선고 받았다.


이에 대해 명씨 진술 '신빙성'에 대한 각 재판부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단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은 사안의 중대성과 법리적 파급력을 고려해 김 여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이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법리를 제시할 경우 나머지 재판에 직간접적 영향이 예상된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3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통일교 금품 수수·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 위해 선고를 무기한 연기했다.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내린 결정이었다.


이는 여론조사 수수 혐의와 관련해 공범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여파로 해석된다. 김 여사 사건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에 상고심 선고기일 연기신청서를 제출하며 윤 전 대통령의 1심 유죄 판결문을 근거로 1·2심 무죄 선고된 김 여사의 혐의도 유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2021년 6월∼2022년 3월 명씨로부터 총 2억7000만여원 상당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 받아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고 보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런데 김 여사 사건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명씨가 제공한 여론조사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직접적인 지시나 계약에 의해 이뤄졌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두 사람이 이로 인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명씨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점도 무죄 판단에 근거가 됐다. "공천은 피고인의 선물"이라는 취지의 명씨 발언 등과 관련해 재판부는 "명씨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장이 심하고 다소 망상적인 사람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1396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무상으로 받은 여론조사 58회 중 14회의 무상 수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제공에 관해 순차적·암묵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명씨 진술에 대해 일부 신빙성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명씨 진술이)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나 과장이 많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진술 내용이 무상 제공에 대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 자체가 허위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연합뉴스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공소사실로 제시된 10차례 여론조사 중 5차례 여론조사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며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향후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오 시장의 당선은 무효처리 된다.


오 시장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이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통해 명씨의 여론조사에 대한 검증을 마친 뒤 오랜 정치적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그 비용의 대납을 요청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씨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일부 인정했다. 명씨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다른 형사 사건 피고인으로서 유불리를 의식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모든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긴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객관적 증거나 구체적인 정황에 부합하는 부분, 피고인들의 진술과 내용이 일치하는 부분에 한정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측과 오 시장 측은 명씨 진술이 신빙성 있다고 본 법원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이 명씨 진술과 관련해 신빙성을 판단할 통일된 법리를 제시할 경우 윤 전 대통령과 오 시장의 하급심 판단과 관련해 대항 논리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두 사람은 모두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김 여사 측은 민중기 특검팀이 제출한 상고심 선고기일 연기신청서 내용과 관련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대화 내용과 계약관계를 사후적으로 구성했다"며 "계약의 존재와 범위를 같은 사실로 전제한 순환논법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 측은 1심 재판부가 직접적인 증거 없이 명씨 진술과 정황 증거 만으로 유죄를 인정했다며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판결문과 관련해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보인다', '판단된다', '자연스럽다', '개연성이 상당하다' 등 추정적 표현을 반복 사용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는 윤 전 대통령 사건과 오 시장 사건의 하급심이 명씨 진술의 일부에 대해서만 신빙성을 인정한 사실에 대해 예외적인 판단이라고 보고 있다. 김 여사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단이 두 사람 재판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겠지만 '진술 신빙성'과 관련한 법리적 해석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김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명씨의 진술을 전혀 믿을 수 없는 것으로 1·2심은 정리가 되어 있고, 당초 대법원이 선고기일을 잡았을 때에는 1·2심이 무죄였기 때문에 무죄 판결을 확정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나, 오 시장 1심 재판부나 명씨 진술을 믿어서 판단을 한다는 게 대법원 입장하고 배치되는 것"이라며 "어떤 사람의 진술을 사안에 따라 믿을 수도 있고 안 믿을 수도 있지만 대법원이 신빙성이 없다고 선언했는데 항소심에서 믿겠다고 주장하는 건 조금 이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