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으로 인정한 유죄…오세훈 항소심서 판단기준 다시 선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7.24 10:55  수정 2026.07.24 10:57

직접증거 없이 정황 연결…사실오인 다툰다

동일 자금 흐름 다른 판단…일관성도 쟁점

명태균 진술 신빙성·양형 적정성도 공방 예상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에서 열린 '강뉴합창단-서울시예술단 문화교류 공연'에서 꽃다발을 전달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연합뉴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받은 혐의로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를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하면서 2심에서는 1심 재판부의 사실인정과 증거 판단 방식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오 시장 측은 직접적인 증거 없이 명씨 진술과 정황증거만으로 유죄가 인정됐다며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이 정황증거에 의한 유죄 인정 기준을 다시 판단하는 재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5건은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문제 삼은 3300만원 가운데 2100만원만 정치자금으로 인정해 벌금형과 추징을 선고했다. 오 시장 측은 동일한 자금 흐름에 서로 다른 증명 기준이 적용됐다며 항소심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다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 시장 측은 판결문이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보인다', '판단된다', '자연스럽다', '개연성이 상당하다' 등 추정적 표현을 반복 사용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카카오톡과 계좌내역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전체 정황을 종합했다고 판단했지만, 범죄 성립의 핵심인 의뢰와 공모 여부까지 추정으로 연결한 것은 형사재판의 엄격한 증명 원칙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오 시장 측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김한정씨가 명씨 측에 보낸 1000만원에 대해 재판부는 "오세훈 측 요청이 없었다면 입금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오 시장 측은 개인적 친분이나 정치적 지원 등 다른 가능성을 충분히 배제하지 않은 채 정치자금 대납으로 단정한 것은 형사재판의 증명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공모 인정 방식도 항소심에서 다시 검증될 가능성이 있다. 오 시장 측은 판결문 어디에도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언제, 어떻게 비용 대납을 공모했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사실인정은 없고, 여러 정황을 연결해 공모를 인정했다고 지적한다. 결국 정황 위에 또 다른 정황을 쌓아 결론에 이른 만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라는 형사재판 원칙을 충족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명씨 진술의 신빙성 역시 항소심의 주요 변수다. 1심은 명씨가 일부 과장되거나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객관적 증거와 부합하는 부분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오 시장 측은 결론에 맞는 진술만 선택적으로 채택한 것은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재판부가 700만원과 500만원 부분은 개인적 지원 등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같은 자금 흐름인 2100만원에는 같은 논리를 적용하지 않은 점 역시 항소심에서 집중적으로 다툴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오 시장 측은 동일한 자금 흐름을 놓고 일부는 유죄, 일부는 무죄로 판단한 기준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양형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적극적으로 여론조사를 지시하거나 사주했다고 보기 어렵고,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에 미친 영향도 크지 않았으며 대가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공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방어권을 행사한 점까지 양형에 반영한 것은 적절하지 않고, 재판부가 스스로 인정한 정상참작 사유와 양형 결과 사이에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 사건은 김건희 특검법의 '6·3·3 규정' 적용 대상인 만큼 항소심은 오는 10월까지 선고해야 한다. 항소심에서는 명씨 진술의 신빙성과 정황증거만으로 정치자금법 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지, 1심의 증거평가가 형사재판 원칙에 부합했는지가 다시 판단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항소심이 정치자금 사건의 정황증거 판단 기준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